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현장] 지진 피해지역 떠나지 못하고 구호사역 이어가는 튀르키예 한인선교사들

입력 2023-02-18 00:07:28
튀르키예 지진현장은 생존자구출에서 피해자 생존구호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튀르키예 한국선교사협의회의 구호품을 현지인 동역자들이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는 장면. <튀르키예 한사협 제공>

 튀르키예 한국인사역자협의회 사역현장    

한인사역자협 황귀봉 선교사 16일 긴급통화
비대위 체제 해체하고 구호사역으로 전환
하타이에 베이스캠프…생필품 구해 배급 중


현재 한인선교사들은 튀르키예 지진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구호손길이 부족한 곳을 찾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조진호)로 전환했던 튀르키예 한인선교사협의회(회장:장성호∙이하 한사협)는 현재 비대위 체제를 해체하고 종전 조직으로 전환해 구호사역에 전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한사협 소속 황귀봉 선교사(기독교한국침례교)는 자신을 비롯해 협의회 회원모두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구호물자 보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겨울 추위를 피해 비닐로 임시거처를 만든 사람들이 많다. <튀르키예 한사협 제공>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현지 지진으로부터 살아남은 현지인들을 위해 ‘생존자보호반’을 만들어 앞으로 장기적으로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도록 도움을 주고, 또 심리적 정신적으로 충격에 빠져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사역에 전념한다”며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복음으로 생명살리는 일을 매일 거듭한다고 말했다. 

지진피해가 가장 크다는 하타이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황 선교사는, 이곳이 신약성경에 최초 이방인교회가 시작된 ‘안디옥’이라고 말하고, 가까운 바다근처 ‘싸만다’는 성경에서 실루기아 항구가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안디옥에서는 개신교 교회 3곳 중 한 곳이 무너졌으며(광림교회 지원으로 건축된 교회), 아랍계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시리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 2차세계대전 직후 터키로 귀속된 지역이다. 
 
지진발생 이틀만에 튀르키예 하타이주에 도착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을 안내하며 구호사역을 돕고 있는 한인선교사들. 간이천막을 의지하며 생존하는 주민(우측하단). <튀르키예 한사협 제공>

지진 이틀만에 한국기독교봉사단 도착 ‘감사’
영하 5도 속 이중삼중 담요깔고 차에서 밤잠 
죽음의 공포 트라우마 극복위한 사역 ‘보람’


그는, 지진이 발생한 6일 현지 선교사들의 다급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층수가 높은 건물에 살던 선교사 가정들이 비교적 저층에 사는 자신의 집에서 사나흘 간 기거했던 숨가쁜 순간을 회고했다. 

무엇보다 한국을 비롯해 70개국 이상이 구호대를 파견함으로써 하타이지역, 아디야만지역, 가지안텝지역, 말리티야지역, 오스마니예지역 등 피해가 극심한 곳에서 많게는 2,900여명까지 생명을 구해냈다고 구호대의 활약상에 고마워했다. 
 
지진피해 현장을 돕는 봉사단들의 구호활동<사진>은 튀르키예 한사협 선교사들의 안내와 도움을 통해 사역을 이어간다. <튀르키예 한사협 제공>


구호물품이 모자라는 상황 속에서 교회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터키 개신교회협의회 소속 교회들이 구호물품을 들고 피해지역을 찾아 기초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배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진발생 이틀만에 광염교회(담임:조현삼목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교회봉사단’ 6명이 입국해 한사협 회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준비한 생필품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피해주민들이 생필품을 받기위해 길게 줄을 서며 한국교회의 사랑에 연신 고마움을 나타냈다는 것. 
 
한사협은 현지 성도의 배려로 넓은 창고에 구호품을 보관했다가 낮시간을 이용해 배포하고 있다. <튀르키예 한사협 제공>


한사협은 현지 성도의 도움으로 넓은창고를 구해 극심 피해지역인 하타이를 베이스캠프로 정하는 한편 비교적 피해가 적은 아다나(Adana)에서 화물트럭을 이용해 물품을 구입하여 배급하고 있다. 일단 물품을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낮시간을 이용해 피해가 심한 마을을 찾아가 배포한다는 내용. 5일 동안 진행된 긴급 구호활동을 위해 8톤 트럭 8대 물량을 소화할 정도로 피해가 많다는 설명이다. 

15일 현재 한사협은, 증대형 텐트 100개를 주문해 다음주부터 텐트를 설치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이재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선교현지에서 24시간 몸으로 뛰는 선교사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구호품을 싣고 내리는 일 뿐만아니라 배포하는 일 등 생존을 돕는 사역을 한시라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은 선교사들에게는 탈진의 큰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 선교사를 비롯한 한사협 회원들은 모두 차량에서 잔다고 했다. 밤기온은 영하 5도 이하의 냉기가 지속돼 침낭 속에서 힘겨운 쉼을 취하는 중이다. 

그는 해외에서 구호품을 직접 보낼 경우 너무많은 시일이 걸린다면서 튀르키예 현지에서 물품을 구해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사협은 기도제목을 소개하며 뉴욕지역 한인교회를 비롯한 다민족교회들의 중보기도를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지진 진원지 주변 10개 지역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인명구조와 구호복구작업을 위해 ▲실의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긍휼과 위로를 위해 ▲구호품이 잘 나누도록 ▲피해자 구호활동 중에 새로운 영적추수가 일어나도록 ▲한국 선교사들과 현지인 동역자들의 안전과 사역을 위해 ▲선교사 가족과 자녀들을 위해 ▲한국교회의 구호활동이 한사협을 중심으로 질서있게 전개되도록.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