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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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회, 목숨 걸고 한인여성 구한 피자가게 부자(父子)에 의인상∙위로금 전달

입력 2022-04-05 06:35:55
뉴욕한인회는 지난달 26일 퀸즈 엘름허스트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강도만난 한인여성을 구한 설저빅 부자(父子)에게 1일 이들이 운영하던 피자가게를 방문, 미국 언론들이 취재하는 가운데 의인상과 위로금을 전달했다. (우측네번째부터)그레이스멩 연방하원의원, 찰스윤 뉴욕한인회장, 아들 루이즈 설저빅 씨. 

칼에 찔려가며 한인 여성 구한 설저빅 부자에
뉴욕한인회, 1일 엘름허스트 피자가게 방문
의인상 및 2천 달러 위로금…위대한 행동 ‘경의’


수차례 칼에 찔리는 중에도 목숨을 걸고 한인여성을 구한 피자가게 부자(父子)의 용감한 행동이 한인사회를 비롯 미국 지역사회를 연일 감동시키고 있다.

이들 부자에게 뉴욕한인회는 의인상을, 이웃은 병원비와 가게직원 임금 및 생활비 지원을 위한 온라인 모금운동을 펼치며 응원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한인회(회장:찰스윤)는 목숨을 걸고 강도만난 한인여성을 구한 퀸즈 엘름허스트 피자가게 부자(父子)에게 의인상과 위로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루이스 피자가게 안으로 자리를 옮긴 후 기념촬영. (좌측부터)그레이스 멩 연방하원의원, 김경화 뉴욕한인회수석부회장, 찰스윤 회장, 한인피해여성 장은희 씨, 도움을 준 루이스 설저빅 씨, 음갑선 한인회차석부회장. 

의인상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한 생명을 구한 용감하고도 이타적인 행동에 한인사회 전체가 깊이 감사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위로금으로는 2천 달러가 전달됐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저녁시간 집으로 돌아가던 장은희 씨(61세)가 3명의 강도에게 들고 있던 가방을 빼앗기면서 시작됐다. 가방을 놓치지 않으려던 장 씨를 칼로 찌르고 장 씨의 가방을 들고 도주한 것. 부상 당한 장씨는 곁에 있던 루이스 피자가게 안으로 몸을 피했고, 절박한 상황을 알아차린 피자가게 주인인 아버지 카짐 설저빅 씨(68세)와 아들 루이스 설저빅 씨(38세)는 즉시 강도를 뒤쫓아 격투를 벌였다. 이 와중에 아버지는 9차례, 아들은 한차례 각각 칼에 찔리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그들은 병원에 실려갔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ABC방송과 뉴욕포스트 등 미 주류언론은 연약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 부자(父子)가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고 연일 미담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아버지 카짐 설저빅 씨(68세∙우측)와 아들 루이스 설저빅 씨(38세)를 보도한 뉴욕포스트 사진.
 
9군데나 칼에 찔린 아버지의 몸 상처를 보이고 있는 아들 루이스 설저빅 씨. <뉴욕포스트>

한인사회를 비롯 아시안 커뮤니티는 팬데믹 상황에서 아시안 증오폭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진정한 이웃들이 있음을 실감케 한 위대한 행동이라며 고마움과 감사를 전하고 있다.
 
찰스윤 뉴욕한인회장 "위대한 행동에 경의"

찰스윤 뉴욕한인회장은 1일 피자가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안 증오범죄와 관련해 추모하고,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채로 거리에 나왔는데 오늘 이 자리는 감사와 희망이 함께하는 자리”라고 말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해  한인여성을 구한 두 분께 50만 뉴욕 일원 한인사회를 대표해 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피자가게 아들인 루이스 설저빅은 “이번 사건에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해 주고 용기를 주어 감사하다”고 말하고 “범죄와 폭력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우리는 위험하다고 피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타운을 떠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 다 함께 범죄에 맞서 이를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 정치인들이 법 시스템을 강화시켜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안전해졌으면 좋겠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일이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뉴욕한인회 전달식에는 한인 피해여성인 장은희 씨도 자리를 함께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도움을 준 피자가게 부자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두 분 모두 빨리 회복됐으면 좋겠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인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레이스 멩 연방하원의원 주도로 루이스 피자가게 앞에서 마련됐다. 그레이스 멩 의원은 “이렇게 용감한 시민이 있어 감사하다. 이런 일이 있을수록 우리는 더욱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카짐 설저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 중이어서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민권센터, 피해한인 돕기 모금운동 연결

민권센터(사무총장:존박)는 강도와 격투 중 9차례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은 카짐 설저빅과 아들 루이스 설저빅에게 병원비와 가게직원 임금 등을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한 이웃 멜라니 브루샛의 ‘고 펀드 미’펀드운동에 피해자인 장은희 씨를 연결해 도움을 받도록 주선했다. 

또 피해자 장 씨가 미국 언론들과 원활하게 인터뷰하도록 통역을 제공하며 최근 급증하는 아시안 폭력피해 증언은 물론 도움을 준 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데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홈케어 일을 하고 있는 장 씨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사건을 겪은 이튿날 곧바로 일을 해야만했고, 외출하는데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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