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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부홍 교수가 쓰는 ‘에드워즈와 전염병이 주는 역사적 교훈’(하)

입력 2020-05-02 05:34:39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참 성도는 하나님께서 하신 선한 일로 고백”
 
1918년경 미국 적십자사 직원이 스페인 독감으로 숨진 희생자를 옮기고 있다. <출처: the Science Times>


지난해 말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온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체없이 세기적 상황을 인정하는 '펜데믹'을 선언하며 경종을 울렸다. 자유와 희망 그리고 연합과 협력을 주창하던 세계는 '격리'와 '거리두기', '봉쇄'와 '행정명령'을 수반하는 강제력을 동원하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영적각성운동 대가이며 조나단 에드워즈박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정부홍 박사가 '에드워즈와 전염병이 주는 역사적 교훈'이란 주제로 전염병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와 변혁을 촉발했는지 다루면서 전염병과 긴밀한 관계를 해온 애드워즈의 생애를 추적했다. 이에 상, 하로 나누어 정부홍박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시카고대 교수인 윌리암 하디 맥닐이 1976년에 " Plague and People(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란 책에서 주장한 사관은 필자가 명명하자면 '전염병 사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전염병이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살육의 도구로 사용된 실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로마가 기독교를 수용하고, 인도에 불교가 태동하고, 중국에서 수용되고, 중세 구교의 몰락과 함께 신교가 등장하는 등의 종교적 변혁을 촉진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맥닐의 이같은 주장이 일리가 있음을 에드워즈의 삶과 사역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에드워즈 역시 전염병과 관련한 삶을 겪었기 때문이다. 먼저 1729년, 에드워즈와 그의 여동생 제루샤, 그리고 아버지가 전염병 디프데리아를 앓게 된다.기적적으로 에드워즈와 아버지는 살아 남았으나 안타깝게도 그 해 말에 여동생 제루샤는 이 병으로 사망한다. 
 
필자 정부홍 박사

전염병으로 시달린 조나단 에드워즈 가문
결국 에드워즈 자신도 프린스턴 학장 때 사망
“전염병 중에서도 하나님은 선한 일 하신다” 고백



가족을 넘어 에드워즈와 전염병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난했다. 현대 선교의 원조라 불리우는 데이빗 브레이너드는 1747년에 에드워즈의 사택에서 유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브레이너드가 사후에 남긴 일기를 에드워즈가 편집, 발행하였고 이것이 브레이너드의 유작이자 현대 선교의 고전이 되었다. 

1757년 9월에는 에드워즈의 사위이자 프린스톤 대학 학장이었던 아론 버러가 천연두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말았으며, 이사회는 장인인 에드워즈를 학장으로 초빙했으나, 이듬해인 1758년 1월 프린스톤 학장직을 수행한 지 두 달 만인 3월 22일 사망한다. 심지어 에드워즈 사망 2주 후에는 그의 딸 에스더 역시 사망한다. 
 
윌리엄 하디 맥닐 박사가 쓴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소위 전염병 사관으로 불리우며, 역사의 변혁기에는 대대적인 질병이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에드워즈 자신과 사위, 딸 모두 전염병으로 사망

이처럼 에드워즈 가문은 전염병으로 인한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그만큼 전염병은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일상에게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공포였으리라. 

에드워즈는 주치의였던 윌리엄 십펜을 통해 아내 사라에게 유언을 남겼는데 당시 그는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제 잠시 후 내가 너(딸 루시)를 두고 떠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 내 아내에게 나의 가장 친근한 사랑을 전해다오." 

에드워즈의 아내 사라는 딸 에스더에게 편지하기를, "거룩하고 선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검은 구름으로 덮으셨구나.... 하지만 주님께서는 그분의 일을 행하셨다, 그분이 나로 하여금 자신의 선하심을 찬양하게 하셨다."고 썼으나, 딸 에스더도 2주 후 사망함으로써 이 편지는 전해지지 못했다.
 
생사 넘나드는 상황 속 하나님 찬양하며 신앙고백

이처럼 에드워즈 부부는 전염병으로 인해 본인 자신과 가족의 상실을 경험하는 고난 가운데서도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다" "주님께서 그(선한) 일을 행하셨다"고 하는 공통된 신앙의 고백을 남겼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생사를 넘는 상황에서 하나님은 선하시다고 고백하고 찬양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믿음으로 현재의 고난을 해석하고 귀중한 성도의 죽음을 통해 미래에 맺을 열매를 바라보았다.
 
좌측부터 조나단 에드워즈의 초상화, 메사추세츠 보스톤 근교에 있는 에드워즈 기념비. 그리고 맨 끝은 데이빗 블레이너드 묘비. 


18세기 초엽 뉴잉글랜드 대각성운동이 에드워즈가 섬기던 노스엠톤교회와 인근 지역에서 시작됐을 때, 그 도화선이 되었던 참된 회심의 한 대표적 실례로 전염병에 걸린 ‘아비가일 허친슨’이라는 여청년을 들었다. 

아비가일 허친슨의 병상 간증이 1차 대각성운동 단초

그녀는 전염병 증세가 있는 질병으로 서서히 임종의 순간을 준비하는 중에도 자신을 방문하는 방문객들 중 아직 회심치 않은 사람이 있으면, 그 영혼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실신할 지경이었다. 임종의 순간까지 "고요히 평안을 누리며 주님 만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고백하였고, 그녀의 고백을 듣는 이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기며 비록 그녀는 죽었지만 그녀의 간증이 전파되어 뉴잉글랜드 대부흥과 대각성의 단초가 되었다고 에드워즈는 기록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최근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이탈리아에서도 일어났다. ‘줄리안 우르반’이라는 젊은 무신론 의사는 코로나 확진자인 자신의 환자들 중 한 목사님의 죽음을 통해 경험한 본인의 간증을 나누었다. 

이태리 무신론자인 한 의사, 코로나 환자 돌보다 회심 

비록 자신도 코로나 환자였지만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성경을 읽어주다가 조용히 숨을 거둔 이 목사님의 모습에 감동한 우르반은 부모님의 신앙을 조롱했던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우르반 목사님 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돌보다 죽기를 원하며 자신이 하나님께 돌아온 사실을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일제시대에 불어닥친 스페인 독감으로 조선인 14만5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고 서울신대 역사학 박명수교수는 밝혔다. 사진은 일본 동경에서 당시 마스크를 착용한채 학교에 등교하는 여학생들.


성경은 전염병 역시 하나님에 의해 ‘유행’한다고, 즉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다고 말한다 (신29:22; 대상21:12; 대하7:13; 시106:29). 어떤 악인에게는 이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이 심판의 재앙이 되겠지만, 어떤 감염된 성도의 죽음은 그 죽음 자체도 귀중하여(시116:15) 마지막까지 섬기는 기회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사건(요21:19)이 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스스로 이루시는 만물만사

만물만사의 제일 원인자이신 전능자 여호와께서는 자기 영광을 위해, 자기 뜻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우리 시대 속에서 급작스러운 우주적 전염병을 통하여 그 분의 완전하신 뜻과 구원을 성취하여 가신다는 것을 우리 모두의 눈으로 고통스럽게 확인케 하신다. 

후천년설을 주장한 에드워즈의 종말론에 의하면, 이탈리아에서 태동하여 배교한 로마교회가 음녀같이 적그리스도와 결탁하다가 재앙으로 징벌 당하여 모두 몰락한 가운데, 동시에 참 교회에게는 대부흥이 임하며 온세상이 변화하여 천년왕국으로 들어간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천년설 주창 에드워즈, "전염병은 대부흥의 징조" 해석

그의 역사 해석대로 하자면, 이런 재앙적 재난들로 인하여 이단과 적그리스도가 몰락하게 될 것이나, 동시에 참 교회에는 대부흥이 임할 징조적 사건이 되며 참 교회와 참 성도에게는 소망스런 사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축복을 위한 준비는 회개(마4:17)와 그리고 인내와 믿음과 지혜(계13장)이다. 

결론적으로 역사 속의 전염병들은 역사 대변혁의 그 어떤 사건 보다 정치적 사회적 교회적 대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적 위기는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믿음의 선배들은 각자가 당면한 위기를 믿음으로 견디며 선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소망 가운데 극복했다. 코로나라는 시대적 위기 속에 조나단 에드워즈라는 믿음의 선배와 그의 가족들이 고백한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진리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에드워즈대학교 총장/미드웨스턴 객원교수/예일대 에드워즈센터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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