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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부홍 교수가 쓰는 ‘에드워즈와 전염병이 주는 역사적 교훈’(상)

입력 2020-05-01 04:05:02
“세기적 전염병은 정치 종교 역사에 대변동과 흔적 남겨...복음전도의 새 패러다임 모색해야”
 
100년 전 스페인독감이 창궐할 당시 세워진 미국의 야전병원. 미국립보건의료박물관 사진<AP통신>


지난해 말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온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체없이 세기적 상황을 인정하는 '펜데믹'을 선언하며 경종을 울렸다. 자유와 희망 그리고 연합과 협력을 주창하던 세계는 '격리'와 '거리두기', '봉쇄'와 '행정명령'을 수반하는 강제력을 동원하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영적각성운동 대가이며 조나단 에드워즈박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정부홍 박사가 '에드워즈와 전염병이 주는 역사적 교훈'이란 주제로 전염병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와 변혁을 촉발했는지 다루면서 전염병과 긴밀한 관계를 해온 애드워즈의 생애를 추적했다. 이에 상, 하로 나누어 정부홍박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올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하다고 마냥 좋아하며 가난한 집에 전기료 적게 나와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게 웬 일인가! 중국 우한시에서 작년 12월31일 최초 확진자가 나오고 올해 1월23일부터 시전체를 이동 금지시킨 후 불과 한 달 보름만에 3월13일(한국은 2월23일에 최고위기 경보발령)에는 미국까지 연방정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같은 현상을 세계보건기구는 ‘펜데믹’으로 정의했다. 

이 전염병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이 감염되면 온 가족의 생명이 희생된다. 또한 사업체 학교 교회가 두 달 동안 문을 닫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심히 어렵다. 특히 교회가 크나 작으나 회집을 못하므로 사회적 격리로 인하여 목회적 관계가 소실될 큰 우려에 처해 있다.
 
정부홍 박사

코로나19 바이러스 펜데믹 사태 속
전통예배 하느냐 인터넷 예배하느냐 대결만
포스트 감염시대의 설교와 선교, 목회 구상해야 


이런 바이러스 전염병 사태를 처음 겪는 한국교회로서 공예배를 하느냐 아니면 인터넷으로 하느냐 문제로 견해차가 크다. 예배 형식의 문제로 공방을 벌이기는 하는데, 이 전염병 자체에 대한 깊은 신학적 숙고와 성찰은 거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당해야 하는 초유의 재난은 왜?

그러나 이제는 긴급히 이 전염병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내리신 재앙인지 단순한 자연적 재난인지?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현재 왜 이같은 초유의 전염병을 당하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한국 사회 교회는 어떤 교훈을 삼을 것인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고민을 진행해야 마땅하다. 특히 기독교인들과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이 먼저 어떤 인식을 가지고 기도하며 설교하며 목회하며 선교하며 또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라이프를 살 것인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알렉산드리아 타운십 주민들이 29일 코로나19 감염 여부진단을 위해 경기장에 줄지어 서 있다. <AP=연합뉴스>


전염병은 이것이 창궐했던 당대에 다양한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 대변동과 흔적을 남겼음을 역사의 기록을 통해 볼 수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전염병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모세가 출애굽 당시에 이집트 지역에 내린 재앙 중 다섯 번째 재앙으로 가축들에 대한 ‘죽음의 돌림병’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출애굽기 9장 1-7절).

또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한 이스라엘에게 발병했던 전염병의 기록(민수기 16장)과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시던 인구 조사를 단행한 다윗으로 인해 7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이 전염병으로 희생된 기록(사무엘상 24장)도 성경에 나온다. 이 외에도 전염병에 대한 예언과 성취에 대한 기록 및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재앙의 중심에는 역시 전염병이 있다. 

하나님의 언약성취 한 가운데서 발견되는 전염병

로마역사 전문가 카일 하퍼는 “로마제국은 안토니우스 역병(AD 165-180)을 시작으로 키르프스 역병(AD 249-262),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 역병(541-542)의 높은 치사율로 그 제국의 멸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았던 전염병은 지구의 혹한기였던 14세기에 유행한 흑사병으로,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망하였고, 이로 인해 구교의 몰락과 신교의 도래라는 변혁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었다. 기록에 보면, 종교개혁시대인 16세기에도 루터와 칼빈, 츠빙글리도 흑사병과의 사투를 치루며 개혁을 완성했다. 

동학혁명과 천주교 부흥의 한 복판에도 전염병 존재

조선시대에서도 전염병의 발발이 빈번하였다. ‘목민심서’, ‘역서일기’, ‘실록’ 등에 기록된 1821년의 대 콜레라가 그 예다. 당시 콜레라의 발발로 수십만 명이 죽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콜레라가 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믿었던 백성들은 불안과 공포를 잊고자 고양이 부적을 집집마다 붙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콜레라가 창궐하던 이 시기에도 종교적인 격변이 일어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로 귀의한 것과 최재우를 중심으로 동학이 창시되어 전통의 유교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켰던 것이 대표적이다. 
 
조선시대 창궐했던 콜레라 방역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올리버 에비슨 선교사(우측 1860-1956). 좌측사진은 서울 제중원에서 1910년 경 수술하고 있는 에비슨 선교사(우측두번째). 그는 '손씻기', '물 끓여먹기'로 방역에 성공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5천만명이 사망했는데,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총 인구 1,670만명 중 44%인 742만명이 감염되었고 14만명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더욱 흉흉해진 민심이 이듬해 3월1일 독립운동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전염병 사관의 선두주자 '윌리암 하디 맥닐'의 주장들 

위에서 언급한 전염병의 역사적 기록을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전염병이 인류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카고대 교수인 윌리암 하디 맥닐이 1976년에 " Plague and People(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란 책에서 주장한 사관은 필자가 명명하자면 '전염병 사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전염병이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살육의 도구로 사용된 실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로마가 기독교를 수용하고, 인도에 불교가 태동하고, 중국에서 수용되고, 중세 구교의 몰락과 함께 신교가 등장하는 등의 종교적 변혁을 촉진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조나단에드워즈대 총장/예일대 조나단 에드워즈센터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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