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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합감리교, “분열이냐 화합이냐” 최대위기

입력 2019-04-15 11:16:31
미주국민일보-국민문화재단 공동기획

미션 이슈 <‘동성애’로 몸살 앓는 미연합감리교(UMC) 현재와 전망>

 
지난 2월 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미연합감리교(UMC)특별총회 동성애 관련 투표장면. 여기서 감리교 대의원들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기존의 입장을 담은 '전통주의플랜'을 438대384로 결의했다. 


미국연합감리교(UMC) 동성애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이는 지난 2월 말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UMC 특별총회에서 동성애 금지를 결의한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갈수록 더 격화되는 양상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황과 관련, 교단분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됨으로써 벌써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는 미연합감리교 특별총회의 ‘동성애 반대 결의 불복종운동’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연합감리교 공보부의 감리교 뉴스에 따르면, 미국연합감리교회는 그동안 성 소수자들에 대한 포용적 입장을 따르는 총감독회의를 비롯 교단지도부의 분위기와 달리, 지난 2월 말 특별총회에서 동성애 금지를 주장하는 ‘전통주의플랜’이 최종 결의되면서 이에 불복하는 교단 내 움직임 즉 ‘특별총회 결의 불복종’ 사례들이 연회단위로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UMC 총감독회의 등 연회차원서 반발 

미국의 경우, 아이오와연회에서 목회자와 성도 1,100여명이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금지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서명한 데 이어 미시간연회 300여 목회자들 역시 교회법 가운데 성소수자들을 제한하는 규정들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서명하고 이를 연회 데이브드 바드 감독에게 보내 “연회 안수위원회에 후보가 자격이 있다면 성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추천해 달라”며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콘신연회에서도 이와관련, 몇몇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성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된 ‘거룩한 저항과 행동에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서한을 작성하고 이를 연회를 중심으로 발송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특별총회 불복종운동의 양상은 일부 교회이기는 하지만 ‘총회 분담금 유보’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성 소수자에 대해 권리제한을 둔 총회에 항의표시로, 총회분담금을 자체 특별계좌로 일시적으로 이체해 재정적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내 반대 경향은 이미 서부지역 연회 대부분에 걸쳐 있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연회 감독 등 지도부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상황으로, 이들 교회들은 교회건물에 무지개 깃발을 세워놓거나 반대로 교회간판인 ‘연합감리교회’라는 이름을 가리는 것(특별총회 결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외에 유럽지역 교회도 성 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벌써부터 관용적이다. 독일연합감리교는 이미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이를 뒤이어 노르웨이연회와 덴마크연회 등 다른 북유럽지역의 교회들 역시 포용정책을 포기하는 미연합감리교회 특별총회 결과에 대해 우려스러운 입장을 성명서나 각종 선언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댈러스의 화이트락연합감리교회 표지판에 동성애를 금지한 특별총회 결의에 항의한다는 표시로 무지개 깃발을 달았다. 이 교회 담임 미셀분목사는 교회법을 어기더라도 동성결혼 주례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 보수 ‘웨슬리안언약협의회’ VS 진보 ‘화해사역네트워크’

미연합감리교는 특별총회 이후 사분오열하는 내부문제와 관련해, 대책을 서두르며 봉합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별총회 직후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UMC 카터 총감독이 “서로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이후 UMC내에서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그룹들의 대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악화일로의 감리교 내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진보그룹과 보수그룹 간의 간격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까닭이다.

단적인 예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웨슬리안언약협의회(WCA)와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화해사역네트워크’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미연합감리교가 겪는 갈등의 깊이를 알 수 있다. 

WCA는 특별총회가 열리기 전, 만약 동성애 옹호결의안이 가결될 경우 교단탈퇴를 밝힐만큼 성소수자 포용책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단체다. 다음은 WCA를 이끌고 있는 회장 키쓰 보이에트 목사가 최근 모임에서 밝힌 대목이다. 

“반대진영의 지도자들과 힘든 대화를 하고 있다. 지난 2월말에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특별총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적대적인 모습을 2020년 총회에서는 방지하고 교단의 갈등을 대처하기 위한 대화이다. 이 점이 분명히 이번에 진행 중인 대화의 목표이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WCA 회장 키쓰 보이에트 목사가 말하는 ‘반대진영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화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전통적으로 진보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화해사역네트워크’관계자들이란 추측이 많다. 또 UMC 공보부 뉴스에 따르면, 출석인원으로 UMC 최대교회로 분류되는 캔사스주 리우드에 위치한 레저렉션연합감리교회 담임 아담 해밀턴목사가 중도 및 진보그룹들과 최근 활발한 대화모임을 주도하는 것과 관련, 해밀턴 목사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유럽과 발틱지역 교회는 이미 진보계열로 가득…미국교회와 연대의식
아담 해밀턴목사 중심으로 화해사역네트웍 등 진보그룹 결집, 5월 말 회의예정 
웨슬리안언약협 등 보수그룹, 대화시도하며 방안 마련에 부심

 
미연합감리교단에서 단일교회로는최대교회로 알려진 레저렉션연합감리교회 담임 아담 헤밀턴목사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진보진영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자처하고, 오는 5월 말경 회의를 주재한다는 설명이다. 


공보부 뉴스에 따르면, 해밀턴목사는 특별총회 직후 동성애를 지지했던 중도그룹들의 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까지 수차례 모임을 주선하는 가운데 진보 중도그룹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화해사역네트워크’ 총무 젠 로렌스목사, 그리고 특별총회 당시 입법안을 작성해 제출한 바 있는 전진위원회 톰 벌린 목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은 달라스에 이어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도 잇따라 회의를 연 것으로 보인다. 해밀턴목사를 중심으로 한 이 모임은 사실 진보그룹들의 입장을 결집시키는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미연합감리교 안에서 성 소수자 옹호운동의 힘을 더 크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밀턴 목사는 3월 말경 감리교단 산하 퍼킨스신학교에서 강의하며 ‘특별총회 이후 가능한 두 가지 길’에 대해 첫째로 웨슬리안언약협의회가 교단을 떠나는 방안을 밝힌데 이어 둘째로는 두 개의 새로운 감리교단 창출방안을 밝혔다는 것이다. 첫째 방안을 가능하도록 ‘재산을 갖고 나가지 못하게 한’ 현재 장정규약을 ‘재산을 갖고 나가도록 하는 방안’으로 개정(=은혜로운 장정개정)하는 것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턴목사를 중심으로 한 이들 모임은 오는 5월20일부터 사흘간 자신이 사역하고 있는 레저렉션교회에서 또 한차례 가질 예정이어서 향후 특별총회 결의와 상관없는 진보그룹들의 독단 조치가 선언될 가능성조차 예측되고 있다.

이에대해 WCA 회장 보이에트목사는 특별총회 결의에 대한 저항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이것은 확실히 분열이며 우리는 어떤 대안이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 갖춘 한인교회들은 일단 ‘관망상태’

미연합감리교회의 진통으로 한인교회들 역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난 2월 말 특별총회가 끝난 직후인 3월4일, 뉴저지에서 UMC내 한인총회(총회장:류재덕목사)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한인교회연합회’(회장:이철구목사)를 발족한 한인교회들은 UMC 특별총회 결과를 지지한다고 공식발표하면서도 “한인교회연합회가 동성애 갈등을 부추기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총무 김일영목사(체리힐제일연합감리교회 담임)는 “한교연의 시작은 현재 한인교회와 한인목회자들을 위한 새로운 영적운동이고 새로운 도약“이라며 ”현재와 같은 (UMC의)불확실성 속에서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구조’라고 밝혔다. 이는 한교연이 향후 UMC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 가운데 한인교회를 지키는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4일 뉴저지에서 발족한 UMC한인교회연합회(회장:이철구목사)는 동성애를 놓고 간격이 벌어지는 교단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인교회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못박고 “한인교회는 현재 동성애에 대해 포용입장을 가진 UMC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혜택을 받으며 지금까지 사역해 왔다”며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지금 그들과 가시적으로 싸우고 투쟁하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즉 연합회를 구성해놓고 UMC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켜보며 조용히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대입장으로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의 말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알려준다. “우리 교회에는 성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 우리 교인들은 그 학생의 삶을 존중하며 상처를 주지 않도록 매우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 어머니가 속한 셀 모임에서도 함께 기도하는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한 가지 부탁할 것은 우리교회와 한인교회들이 성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와 사역에 힘쓴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런 사실은 한인교회 안에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성 소수자의 아픔이 있어 섣부른 행동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이다. 
 
이런 가운데 한인교회 안에서도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이른바 성 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열린감리교인들’(Open Methodists)이란 그룹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특별히 이들은 영어권이 아닌 한국어권 목회자 및 성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조직을 갖춘 가운데 동성애자들도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존재라는 내용으로 목회서신을 발표하며 서명운동에 돌입, 한인교회 안에서도 성소수자에 관한 긍정적인 그룹들의 출현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연합감리교가 이처럼 동성애 문제로 사분오열되는 상황에서도 안팎으로 ‘생각과 견해가 다른 그룹들과 성실하게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그룹들이 만족할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 즉, ‘분열이나 결별’수순을 밟는다는 전제를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대화로 인한 묘수돌출에 양측 모두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다. 

윤영호 기자  yyh6057@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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