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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손주 끌어안고 숨진 할머니…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속출

입력 2018-07-30 23:59:02
화재진압·대피작업 돕던 소방대원·조사관도 잇따라 사망 
'카 파이어' 비상사태 선포해 진압·구호 나서…건물 650여채 피해


캘리포니아주의 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70대 할머니가 어린 증손주를 구하려다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새크라멘토에서 약 257㎞ 떨어진 레딩 지역 외곽에선 가옥 5채가 불에 탔으며 이곳에서 발견된 시신 3구의 신원은 멜로디 블레드소(70)라는 이름의 여성과 블레드소의 증손자 제임스 로버츠(5), 증손녀 에밀리(4)로 확인됐다고 마을 경찰은 밝혔다.

 
'카 파이어' 화재로 두 아이를 잃은 셰리 블레드소(왼쪽)가 오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셰리 블레드소는 현지 지역 매체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오열했다.

블레드소의 또 다른 손녀인 아만다 우들리는 개인 페이스북에 "할머니가 젖은 이불로 아이들을 덮어주고 꼭 붙어 있었다"면서 마지막까지 증손주를 구하려다 숨진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화재 당시 잠시 볼일을 보러 외출했던 블레드소의 남편 에드는 증손주들의 전화를 받고 경주하듯 집으로 향했지만 도로가 막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블레드소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무엇이든 했을 아이들"이라며 아내와 증손주의 죽음에 슬퍼했다.

이 노부부는 몇 년간 증손주들을 돌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손자 제임스는 911에 직접 전화를 걸어 불길이 증조할머니의 집을 향해 돌진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 친인척이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전했다.

이로써 '카 파이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8명으로 늘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전했다.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 관계자들도 잇따라 화마에 희생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P, CNN등에 따르면 레딩소방서 화재 조사관인 제러미 스토크가 지난 26일 대피 작업을 돕다 사망한 데 이어 불도저를 작동시키던 소방관 돈 레이 스미스도 불도저가 전복되면서 숨졌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진압 작전을 돕던 33세 소방관 브라이언 휴스도 29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레딩에서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 [AP=연합뉴스]

지난 23일 발화해 캘리포니아주 북부 전역을 집어삼킨 이 '카 파이어'는 최근 텍사스주부터 오리건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 90여건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왔다.

카 파이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20만 에이커(약 809.37㎢) 이상의 피해를 기록한 17개 주요 화재 가운데 하나라고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밝혔다.

이 화재로 9만 5천368에이커(약 385.94㎢) 면적의 초목이 소실되고, 건물 650여개가 파괴됐으며 특히 레딩에선 주민 3만8천여명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이 와중에 기온은 37.7℃까지 치솟고, 습도는 낮은 데다 바람은 거세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대원 3천5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으며 이들은 휴식도 없이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캘리포니아주 산림보호 및 화재예방국의 크리스 앤서니 분과장은 밝혔다.

소방헬기 17대, 소방차 334대, 불도저 69대, 급수선 65대 등도 동원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28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 구호를 위한 연방준비은행 준비금(사용)을 승인했으며, 캘리포니아주와 인근 지역에 있는 160개 이상의 소방서에서 화재 진압 인력이 파견됐다.  

 
캘리포니아 케스윅에서 한 집이 불에 타 흔적만 남았다. [AFP=연합뉴스]

다행히 레딩 서부 지역에선 불길이 다소 잡혀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쪽으로 더는 번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큰 나무들은 모두 소실되고 땅밑 전선에도 이상이 생겨 주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지난 23일 기계적 결함이 발생한 차량에서 시작된 불길은 거센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6일에는 새크라멘토 강을 건너 인근 레딩까지 덮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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