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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VB에 이은 유럽 금융불안… 우리도 철저히 대비하라

입력 2023-03-17 04:10:01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로고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니터에 표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이 유럽으로 번지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주가가 장중 30.8%나 폭락했다. CS가 지난해 회계 부분에서 ‘중대 약점’을 발견했다고 밝힌데다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CS에 지원하기로 하는 등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추이를 지켜보는 투자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CS는 167년 역사의 세계 9대 투자은행으로 자산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56조원), 전 세계 직원 수가 5만명에 이르는 대형 은행이다. 무너질 경우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국의 지역은행 SVB 파산과는 비교도 안 될 파장이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SVB처럼 초우량자산인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도, 안전과 신용의 상징인 스위스 은행도 위기에 노출됐다. 금융위기 이후 20여년간 부풀어진 자산 거품의 후유증에서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게 이번 사태의 교훈이 되고 있다.

소규모여서 상대적으로 외부 영향에 취약한 한국의 은행권도 방화벽을 두껍게 쳐야 한다. 서구와 달리 대외 투자가 많지 않아 이번 사태 영향이 제한적이라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한국이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6년래 최고 수준이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심상찮다. 대출발(發) 위기에 어느 나라보다 취약한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16일 은행에 자본 추가확충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최근 잇달아 제기된 은행의 경쟁력 강화, 규제 완화 방안도 건전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당국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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