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A교회는 엔데믹을 맞아 올 초 전담 부교역자 구인 공고를 냈지만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사례비만으론 생활이 어렵고, 교회의 잡다한 일을 맡다 보면 목회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전담 사역을 고사하는 이들이 늘어서다. A교회 목사는 “우리뿐 아니라 주변 교회 여러 곳도 전담 부교역자를 찾지 못해 난리”라고 전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이주민 사역 중인 B목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귀국한 선교사 여럿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다. 국내 이주민 사역의 문을 두드리려는 이들이다. B목사는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 악화로 귀국한 선교사 중 여럿이 국내 이주민 선교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역지를 잃은 선교사와 목회자가 늘어나면서 한국교회의 사역자 공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외 성도 돌봄과 섬김, 복음 전파에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대안으로 이중직 목회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로 ‘사역지를 잃은 사역자’의 대표적 사례는 선교사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의 ‘2021 한국선교현황 통계조사’에 따르면 선교환경 변화로 임시 귀국한 장기 선교사는 2021년 현재 2707명이다. 이 중 코로나19 관련 요인으로 귀국한 비율은 34.3%다. 안식년 등 개인 사유는 49.2%, 비자 거절 등 사역지 내 부득이한 사유가 16.5%였다. 개인 사유를 제외하면 감염병이 선교사의 임시 귀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다.
홍현철 KRIM 원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2020년 1~3월쯤 다수의 선교사가 일시적으로 선교지를 떠나 귀국했다”며 “2021년 이후 코로나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선교사 귀임이 늘었지만 입국한 이들 중 일부는 국내 사역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여파로 생계 전선에 나선 부교역자도 일시적으로 사역지를 잃은 경우다. 주상락 명지대 기독교교양학 교수는 “코로나 시기 사역자에게 일종의 ‘일시귀휴제’(불황 때 기업이 시행하는 업무휴직의 한 형태로 고용 관계는 유지됨)를 실시한 교회가 많았다. 문제는 코로나 완화 이후에도 교회에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꽤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로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게 교회 사역하는 것보다 (수입이) 더 나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목회자에게 사역지 상실을 가져온 코로나 시국이 가져온 소득도 있다. 이중직을 바라보는 교계 인식이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목회자 수급 불균형의 대안으로 이중직 목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를 주요 교단이 본격 수용한 건 최근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지난해 총회에서 미자립교회의 경우 각 노회의 지도하에 자비량 목회를 허용했다. 예장합동의 총신대 신학대학원엔 ‘이중직 목회’ 수업이 개설됐다.
변화 분위기는 수치로도 감지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1년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소속 성도 50명 이하 교회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이중직 목회 반대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40%에 달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중직 목회는 코로나 시기 3년을 거치며 ‘뉴노멀’이 됐다”며 “단순 생계수단이 아닌 새로운 목회와 선교 유형으로 보는 시각이 목회자뿐 아니라 주요 교단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장통합은 자비량 목회 위원회를 두고 ‘이중직 매뉴얼’도 준비 중”이라며 “이중직 목회를 사회적 목회라고 인식하면 훨씬 더 다양한 차원의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