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장신대)에서 ‘탈북민 1호 신학박사’가 탄생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탈북민 이춘영(52) 목사가 조직신학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2004년 한국에 입국한 이 목사는 통일이 된 한반도에서 예비 목회자를 가르치는 날을 꿈꾸며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12일 “오랜 연구 끝에 박사학위를 받게 돼 기쁘고 흐뭇하다”면서 “복음 통일을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과 도움의 손길을 주신 많은 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그는 중국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접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 당시 어머니와 동생들도 모두 한국에 입국했지만 두 살배기 아들은 한국에 데려오지 못했다.
“아들이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어요. 제가 통일을 위해 계속 헌신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나님께서 북한에 아들을 남겨두신 게 아닌가 싶어요. 아들을 보고 싶은 만큼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6년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한 뒤 목회학석사(M Div)를 땄고 일반대학원에서 신학석사(Th M)와 신학박사(Ph D)를 받기까지 16년간 공부에 매진했다. 통일이 되면 현지에 교회뿐 아니라 신학대도 필요한데 북한의 지식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가르칠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한국에 오니 많은 이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이야기하지만 깊이 있게 알고 있는 분은 드물었어요. 통일 한반도에서 신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려면 ‘주체사상을 잘 아는 신학박사’가 필요합니다. 저는 북한 대학에서 주체사상과 주체철학을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주체철학의 세계관·역사관·인간관을 조직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박사 논문을 썼습니다.”
그는 이론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 목회도 경험했다. 연희중앙교회 수지광성교회 우리들교회 초대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그가 사역한 교회는 그를 탈북민 목사라고 차별하지 않고 다양한 부서를 맡겼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에 시온선교회를 개척하고 성도 10여명과 복음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시온선교회는 북한교회 회복을 바라는 이들이 예배하는 공동체입니다.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던 북한교회를 다시 아름답게 세우는 그리스도의 제자를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