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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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현 목사의 복음과 삶] 잃는 것과 얻는 것

입력 2023-02-09 03:05:01


어떤 사람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됐다. 주변 사람은 운수 대통했다고 난리다. 과연 운이 좋은 것일까. 많은 걸 한꺼번에 얻으면 삶의 균형이 깨진다. 평소에 누리던 일상의 작은 행복마저 사라져버린다. 대부분은 결국 불행한 결과를 맞는다. 삶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의 연속이다. 얻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면 잃는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만다. 때로는 하찮은 걸 얻고자 하다가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만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돈을 얻었는데 명예는 잃는다. 때로는 명예는 얻고 돈은 잃기도 한다. 얻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면 시야는 흐려진다. 과학의 발달로 생활이 편리해졌다. 편리함은 얻고 삶의 질은 부실해졌다. 자동차 이용으로 체력이 약해지고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한다. 고층 아파트에 살아도 하늘의 별은 보지 못한다. 획득보다 상실한 것이 많다. 때로는 잃어버려야 얻는 것이 있다. 건강은 잃지만 삶은 깊어질 수 있다. 돈은 좀 잃으나 사람은 얻을 수 있다. 젊음을 잃었다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노년의 지혜는 금보다 귀하다.

잃고 얻는 것에 너무 예민하다 보면 귀중한 것을 놓친다. 얻는 것과 잃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잃어야 얻는 것이 있고 얻는 순간 잃는 것이 있다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잃고 얻는 것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 유지가 관건이다. 하나를 잃었다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잃었다고 슬퍼할 일도, 얻었다고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잃음과 얻음의 교차가 인생을 만든다.

십자가가 있어야 부활이라는 재창조의 역사가 펼쳐진다.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영광을 보게 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다. 과거의 실패는 미래를 여는 힘이 된다.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아야 더 좋은 것을 얻는 기회가 온다. 너무 오래 쥐고 있다가 많은 것을 잊어버릴 수 있다. 미래를 보는 눈이 열리면 당장 얻는 것에 목매달지 않는다. 상실 이후에 찾아오는 획득의 기쁨을 배우게 된다. 잃은 것은 결코 잃은 것이 아니다. 틀림없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좋다. 얻으려면 잃을 줄 알아야 한다. 더 좋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얻고자 하는 것은 과욕이다. 집착은 위험하다. 과욕으로 충혈된 눈은 당장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계산한다. 마이너스를 상실로만 본다면 가치 있는 것은 놓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덧셈과 뺄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삶은 불행해진다.

분명한 원리가 있다. 세상은 모든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복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 그들은 하나에만 집중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무서울 정도로 하나에만 꽂혀 살아간다. 하나만 얻고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는 태도다. 사도 바울이 그랬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빌 3:8) 쟁취와 획득에만 눈독 들인 삶에서 벗어나려면 인간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그리스도로 충만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을 다 붙들려고 한 사람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소중한 것은 한 사람에게 하나만 제공된다. 하늘의 뜻이다. 문제는 그 하나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생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선택해야 한다. 버릴 것이 무엇인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선명해야 한다. 오직 하나,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빼앗길 수 없는 그 하나를 발견하고 달음질하는 인생은 행복하다.

(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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