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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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법

입력 2023-01-20 04:05:01


아주 잠깐 사이에, 터울이 지는 동생 같던 학생들이 딸아이보다 어려졌고 그중 몇은 동료 교수가 됐다. 매년 20살 학생들이 들어오는 교실에서 나만 나이를 먹으니 학생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져서 문제다. 언젠가 진심으로 공감하며 대화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학생이 왜 무엇을 걱정하고 좋아하고 슬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무시로 연구실을 찾아오던 학생의 수는 이미 줄었고, 조금 더 지나면 동료 교수와도 공감하기 힘든 시절이 올 것이다.

젊은이를 늘 만나는 것은 축복이지만 일상적인 세대 차이의 경험은 큰 도전이다. 그 차이를 극복해야 할 필요는 절실한데 실패 확률도 그만큼 높다. 조금 남은 연약한 연결고리마저 자칫 끊어질까 두려워 “아, 그렇구나” 하고 자신 없는 한마디만 내고 입을 다문 건 그나마 성공이다. 순간 자제력을 잃고 장광설을 편 후에 아차 후회하면 이미 학생의 의식은 저 멀리 어딘가 가 있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더 극명할 뿐 세대 차이는 어디서건 피할 수 없다. 사회 활동을 하는 연령층의 폭은 넓어지는데 고속 성장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세대 간 간격은 좁아진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한두 세대가 아닌 서너 세대가 함께 부대끼며 사는 곳이 됐다. 세대 차이는 자주 만나는 사람 사이뿐 아니라 모든 사회조직의 정책과 구조, 업무와 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살아온 경험과 익숙한 사고방식이 달라 소통이 어렵고 오해가 빈번해진다. 세대 차이가 곧바로 손해로 이어지는 기업이나 단체는 이 문제를 해소하려 노력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은 대부분 이 문제를 방치하면서 소극적 전략에 의존하며 서서히 망해간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일반적인 전략은 두 가지다. 가장 편안한 방법은 각자 불변의 진리와 경험의 가치, 소통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경험으로 얻은 지혜로 젊은이에게 조언을 건네고, 젊은이도 옛날처럼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한다. 상대가 이해를 못하면 열린 소통 능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만다. 별로 성공적인 전략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닮으려는 노력이다. 젊은이들의 선호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신조어를 사용하며 옷도 경쾌하게 입어보는 진취적인 어른들이 있다.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거기 몰두하면 어느새 스스로 젊다고 믿게 된다. 그 시도는 존경스럽지만 일방적이라는 게 문제다. 젊은이의 삶과 생각이 기준이 되고 세대 차이의 극복은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과업이 되는데, 정작 그런 노력에 대한 젊은이의 평가는 박하다.

자기 것을 고집하거나 다른 세대의 기준을 따르는 대신 서로를 다른 나라 사람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해외여행이나 출장에서처럼 다른 세대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평가 없이 관찰하되 다름을 인정하고 성급하게 넘겨짚지 않는 것이다. 외국에 가면 그들의 음식을 먹고 문화를 탐색하고 때로는 사업을 위해 그들의 풍습을 따른다. 어느 정도 소통만 되면 굳이 남의 언어를 유창하게 하려 애쓰지 않고, 당연히 내 국적도 그대로다.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다 예의를 차리고, 무엇보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게 된다. 그러다 혹시 마음이 맞으면 허물없는 사이라 착각하는 친구보다 외국인과 더 효과적이고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때도 있다.

서로를 잘 이해해 아무 불편이 없어야만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거리를 인정하면 예의를 차리게 되고, 예의는 호의로, 호의는 진지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자꾸 어려지는 학생과의 면담에서, 모든 세대가 모였으나 세대 차이의 여파에 시달리는 교회에서, 여러 세대가 오랜만에 함께 만나는 설 명절 가족 모임에서 외국인으로 만나기를 실험해 보자.

손화철(한동대 교수·글로벌리더십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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