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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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성탄과 연말의 기원

입력 2022-12-20 03:05:01


이번 성탄절에는 눈이 왔으면 좋겠다. 흰 눈을 맞고 보면서 그 하얀 순백의 빛깔을 마음에 그리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이번 성탄절에는 흘러간 영화 ‘벤허’를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서 아기 예수 탄생의 궁극적 목적인 십자가의 의미를 새기고 싶다.

이번 성탄절에는 소박한 캐럴 찬송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아주 작은 볼륨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이 소박하고 정겨운 캐럴을 만든 작사, 작곡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소박한 처음 신앙을 회복하는 성탄의 밤을 맞고 싶다.

이번 성탄절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 TV에서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주인공인 구두쇠 스크루지가 유령을 만나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당하는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게 되면서 잘못된 행실을 반성하고 새 사람이 되어 종업원에게 선물도 주고 월급도 올려주는 사람으로 변했듯이, 남을 향한 나의 모습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었으면 좋겠다.

이번 성탄절에는 방안에 촛불 하나 켜놓고, 성탄에 관한 성경의 장면들을 읽어나갈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마리아 요셉 목자들 동방박사들 시므온 안나 등 아기 예수를 처음 보고 경배한 사람들 틈에 끼어서, 나도 고개 숙여 진정으로 세상의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께 머리를 숙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따르고 싶다.

이번 성탄절에는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비워서 마구간의 구유를 만들고 강보에 싸인 아기 예수 인형 하나를 장식하여 첫 성탄의 감격을 실감했으면 좋겠다. 아기 예수를 가정에 모시고 그분의 탄생을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느껴보고 싶다.

이번 성탄절엔 새벽송을 도는 교회가 있는 시골에 가서 함께 집집마다 새벽송을 돌며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너무 인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에 추억의 캐럴이 주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이번 성탄절에는 작은 카드에 예쁜 글씨로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 보내면 좋겠다. 그동안 마음으로 미워했던 사람들에게 화해하고 웃으며 함께 손을 잡고 아기 예수님을 영접하고 싶다. 이번 성탄절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의 손에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선물을 쥐여주고 싶다. 내가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이번 성탄절에는 옷장을 열어 손 하나 대지 않고 올해를 넘기는 옷을 모두 정리하고 이웃에게 나누면 좋겠다. 살면서 늘어난 살림살이에 어지러워진 마음을 단순 소박하게 다시 고쳐먹고, 마음속에 있는 얽히고설킨 관계와 사건들도 제자리로 돌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한 해의 끝자락에 똑같이 반복되는 반성과 후회와 미련 속에서 어느덧 양심의 가책이 무디어진 우리의 모습에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라는 반성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 연말만큼은 교회가 새롭게 출발하는 반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거가 새로워지고 자리에 대한 탐심이 물러가고 고소와 고발로 치닫던 강퍅한 마음들이 성령세례를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 연말에는 거짓말하는 자들이 손가락질을 당하고 진실을 말하는 입술이 인정을 받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네 편 내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자들이 부끄러움을 당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는 새로운 물결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올 연말에는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해에는 꼭 교회의 희망을 보았으면 좋겠다. 민족을 살리는 고급 종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문성모(강남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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