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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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북극 소용돌이

입력 2022-12-05 04:15:01


북반구에 가을이 시작되면 북극의 공기는 차가워진다. 지구에 닿는 태양광의 각도가 낮아져 극지방의 에너지 총량이 줄어든다. 아열대 지방과 대기의 온도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극을 중심으로 대기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추울수록 회전력은 강해진다. 깊은 겨울에는 높이가 50㎞에 이를 만큼 덩치가 커진다. 1850년대 존재를 알게 됐고, 1952년 첫 관측이 이뤄진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라는 기상현상이다. 자전축이 기울어진 화성, 목성, 토성에도 있는 흔한 현상이다.

인류는 2014년 북미 한파를 계기로 수십억년 동안 있었던 기상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해 1월 3일 보스턴이 영하 29도까지 떨어졌다. 좀처럼 얼음이 얼지 않는 애틀랜타의 순간 체감온도가 영하 21도를 기록했다. 뉴욕주를 비롯해 동부의 대부분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렸다. 그런데 한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5, 2017, 2019, 2021년에도 기록적 추위가 몰아쳤다. 유럽, 러시아, 동아시아에서 비슷한 기상현상이 반복됐다.

원인을 찾던 기상학자들은 북극 소용돌이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며 확장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기온이 높아져 상공의 찬 바람을 가운데로 모으는 소용돌이의 회전력이 약해졌다. 동시에 북극의 찬 공기를 싸매고 있던 제트기류마저 속도가 느려졌다. 그 결과 영하 30도가 넘는 북극의 찬 바람이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으로 흘러 넘쳤다. 지구가 더워지면 여름을 걱정할 줄 알았는데 겨울 추위가 먼저 찾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날씨는 벌써부터 요동을 친다. 11월 말에는 철쭉이 필 정도로 따뜻하더니 갑자기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12월의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아침기온은 영하 9.4도로 기상관측이 시작한 1907년 이래 5번째로 추웠다. 북극 소용돌이가 불안정해 유례없는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보까지 들린다. 가스값도 오르고, 전기료도 뛰었는데 일기예보마저 영하 10도를 예사로 말한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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