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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빠’가 홍성에 만든 박물관엔 별별 십자가·성경책·골동품이 가득

입력 2022-11-10 03:05:01
십자가 수집가이자 제작자인 박상용 집사. 충남 홍성에 이색 박물관을 개관한 그는 “앞으로 박물관을 찾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도 구원받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용 집사 제공


8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팔괘리에서는 떠들썩한 잔치가 열렸다. 오전 10시쯤 이 마을에 들어서는 이색 박물관 앞에는 마을 이장과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 동네 주민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함께 떡과 고기를 나눠 먹으면서 박물관의 개관을 축하했다.

박상용(61) 집사가 만든 박물관의 이름은 ‘예전(藝田) 문화창고 박물관’이다. 이곳엔 박 집사가 직접 만들거나 수집한 십자가 3000여점과 100여년 전에 제작된 성경책이나 찬송가 등이 전시됐다. 팔괘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둘러볼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박 집사는 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박물관의 이름인 ‘예전’은 예술의 밭이면서 예수님의 밭이라는 의미도 있다”며 “박물관이 예수님의 사랑과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014~2015년 ‘십자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십자가 수집가나 제작자를 소개하는 시리즈(총 15회)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박 집사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그를 소개한 기사에는 ‘오리 아빠’라는 별칭이 붙었었다. 오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모으는 기이한 수집벽 때문이었다.

2015년 7월 찾아간 박 집사의 경남 양산 자택엔 ‘오리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오리 조각상, 오리 그림, 오리 인형, 오리 캐릭터가 들어간 학용품 등 오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전시된 집이었다. 심지어 마당 한쪽엔 커다란 오리배까지 놓여 있었다.

그의 ‘오리 사랑’이 십자가로 옮겨붙은 것은 2013년 가을이었다. 지인이 목공에 관심이 많던 박 집사에게 다릅나무 자재를 선물한 게 발단이었다. 그는 다릅나무를 만져보다가 ‘뭐라도 만들자’는 생각에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그는 십자가 전시회를 열고 교계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십자가 전문가’가 되었다.

경남 양산에 살던 그는 지난해 7월 홍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오리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이 지역 사람들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다가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문제는 그간 만든 십자가와 그동안 모은 각종 수집품을 놔둘 곳이 없는 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198㎡(약 60평) 크기의 마을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고, 결국 지금의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물론 창고를 박물관으로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는 “3개월간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리모델링 작업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박물관에는 기독교 관련 전시물 외에 다양한 골동품과 각종 오리 아이템도 전시돼 있다.

박 집사는 현재 홍성제일감리교회(최정일 목사)에 출석 중이다. 그는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나님이 이런 방식으로 들어주실지 몰랐다”며 “간절히 원하면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관식이 끝나고 홀로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남은 인생, 예수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걷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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