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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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자연에 물드는 삶으로

입력 2022-11-04 04:10:01


코로나가 풀린 탓도 있겠지만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자연에 취해 사람들은 홀린 듯 산과 들로 나온다. 아름다운 가을은 풍성한 결실과 함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냐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곧 하얀 눈 세상과 꽁꽁 언 얼음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차지만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자연의 쉼을 보게 된다.

절기가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 땅이 가슴을 열고 생명의 씨앗을 받아들이고, 꽃들은 만발하며 나비와 벌들이 모여 춤을 추는 새로운 세상이 된다. 그것을 받아 여름은 작렬하는 태양의 온갖 기운을 쏟아붓는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충만하고 실해지는 계절이 된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라 했고, 대추 한 알에 세월의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시인은 노래했다. 계절과 생명의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자연에 물들면 좋겠다. 계절을 따라 그 정도의 변화와 활동을 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고 자연보다 우월하지 않음을 알고 모든 것과 더불어 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세상이길 꿈꿔 본다.

나는 교회도 크기에 상관없이 하나의 우주와 같고 하나님의 나라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작을 때에도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었다. 그렇게 완전체로 신앙공동체인 교회를 이뤄가면 그 안에는 놀라운 일들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성숙해 간다. 우리는 생명의 은총 안에서 유기적인 믿음의 공동체를 믿는다. 하나님을 알게 되면 그분에 대한 깊은 신뢰가 생긴다. 산 신앙의 경험은 하나님과 거래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신 삶을 선물처럼 소중히 여기며 그분의 뜻을 따르게 된다.

쌍샘자연교회는 ‘영성, 자연, 문화적 삶을 일구는 교회’다.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영성과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삶을 살며 하나님의 은총을 나누고 싶은 우리의 희망이다. 교회는 또 하나의 우주와 같고 하나님의 나라이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지만 얼마든지 이 모든 걸 누리며 함께 하나님의 세계를 확장해 갈 수 있음을 믿는다.

영성은 삶의 고백이며 하나님을 향한 공동체의 본질이자 정체성이다. 이것은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몫이다. 자연은 성서가 말하는 생명의 하나님을 만나고 창조의 은총과 섭리를 깨닫는 것이다. 생태와 자연의 모든 피조물과 그 관계가 인간 중심이 아닌 하나님의 것으로 회복해 간다. 문화는 마을과 사회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일을 건강하고 아름다운 문화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삶의 새로운 기준과 살림의 가치를 만들어 모두가 평화롭고 즐거운 세상이 되자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의 정신을 따라 세상에 복음적 삶을 가르치고 보여줘야 한다. 영성과 자연과 문화만이 아니라 교육이나 복지, 경제, 농업, 기술 등 많은 것에 진지한 관심을 품고 함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은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면서 세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섬김과 나눔이 되는 평화롭고 정의로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 가야 한다.

온 나라가 또다시 슬픔에 빠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이 땅에서 벌어졌다. 사연을 접하면 더 마음이 아프고 시리다. 부디 하나님의 품이 안식이 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몸과 맘을 잘 추스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정부는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금쪽같은 젊고 어린 생명들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에 이런 일이 있었든 없었든, 주최 측이 있든 없든, 어떤 핑계나 이유를 댈 수 없다. 자나 깨나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바라기는 우리의 문화와 축제가 조금만 더 생태적 영성을 안고 자연의 문화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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