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HOME  >  시사  >  월드

‘적을 더 가까이’… 英 수낵 첫 내각은 ‘빅 텐트’

입력 2022-10-27 04:10:01
리시 수낵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 및 총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자택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당내 반대파까지 아우르는 내각을 구성했다. 당내 균열을 수습하고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으로 야기된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보리스 존슨, 트러스 전 총리가 중용했던 장관들을 적극적으로 재기용해 전문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수낵 총리가 내각을 발표하자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뒀다”고 평가했다. 다른 일간 가디언은 “경험을 갖춘 인사를 내각에 복귀시킨 인사”라고 전했다.

수낵 총리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 트러스 내각의 핵심 각료를 대거 유임했다. 유임된 전 정부 인사가 모두 13명(직책 이동 포함)이나 된다.

헌트 재무장관은 수낵 총리 선출이 유력해졌을 때부터 무너진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임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클리버리와 월리스 장관 유임에 대해선 “존슨 전 총리 지지세력을 포용하려는 의도”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수낵을 지지했던 인사들을 전면 배제한 트러스 전 총리와 전혀 다른 행보”라고 전했다.

트러스에게 반기를 들고 사임한 수엘라 브레이버만 전 내무장관을 다시 복귀시킨 일에 대해선 “자신을 지지해준 인물에 대한 논공행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브레이버만 장관은 트러스 사임 바로 전날 “물러나겠다”고 밝혀 비수를 꽂았던 인물로, 이번 보수당 내 총리 선출 과정에서 처음부터 수낵을 지지했다.

반면 수낵과 끝까지 경쟁하다 막판에 도전을 포기했던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는 외무장관을 기대했지만 인선되지 못했다. 영국 언론들은 “더 빨리 총리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에 대한 처벌”이라는 모돈트 원내대표 측근의 말을 일제히 전했다.

남성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디언은 “여성을 희생해 남성에게 보상을 몰아줬다”고 꼬집었다. 브레이버만을 제외하고 법무 재정 외무 국방 등 주요 장관직을 모두 남성으로 채운 것에 대한 비판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