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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하늘 무너지는 유산 고통에도 “하나님 신뢰”

입력 2022-10-22 03:10:01
박시은(왼쪽) 진태현 부부가 지난 7월 31일 결혼 7주년을 기념해 찍은 사진. 부부의 인스타그램에는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과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슬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나 생명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믿음의 고백이 담겨 있다. 박시은 인스타그램




지난 8월 배우 진태현 박시은 부부가 출산 20일을 앞두고 아이를 떠나보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2번의 유산 끝에 다시 아이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두 사람을 응원해 온 모든 이들이 함께 슬퍼했다.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을 참척(慘慽)이라고 했던가. 진태현 씨의 SNS에는 자식을 떠나보낸 아비의 심정과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다고 고통 앞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는다. 그는 슬픔을 딛고 일어나 생명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한다고 고백한다.

“사람은 아픔의 시간이 오면 자책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원망의 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간을 갖지 않겠다. 난 하나님의 사람이다. 오직 그분만 사랑한다.”(배우 진태현 인스타그램 중)

아내인 박시은도 “그 뜻을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한 치의 오차도 실수도 없으신 완전하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결혼 후 3년 만에 생긴 아이가 유산되는 아픔을 경험했고, 난임이란 절망스러운 현실 앞에 수없이 무너져 봤기에 이 부부의 믿음 고백은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유산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낯선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다. 출산과 마찬가지로 몸조리를 해야 했고, 아이를 잃은 상실감이 주는 정신적 고통까지 동반됐다. 사모라는 직분이 있었기에 성도들 앞에서는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었다. 입술로는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욥 1:21)라고 고백했지만 마음속에는 ‘하나님은 왜 나의 고통 앞에 침묵하시는가’라는 분노와 원망이 자리했다.

때론 ‘하나님이 나에게 다시 자녀를 주시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에 흔들렸고, 길을 가다 만난 임산부만 봐도 눈물 나고 예배에 처음 나온 아이를 안고 축복기도 받는 부부의 모습만 봐도 울컥하는데 이 와중에 성도들은 “사모님 아기 소식 없어요?”라며 안부를 물어 왔다.

성도들이야 사모에게 한 번씩 묻는 안부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 질문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무너졌다. 그럴 때면 사무엘을 기도로 얻은 한나의 이야기를 묵상하며 예배당에 홀로 앉아 눈물 콧물 흘려가며 하나님을 간절히 부르짖곤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남편은 “선하신 하나님이, 반드시 하나님의 때에 허락하실 것”이라는 말로 다시 나를 일으켰다.

이후 4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건강한 딸을 낳았다. 임신, 유산, 기다림, 출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다 보낸 후에야 허락하신 고난과 고통에 하나님의 목적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삶의 자리에서 난임 부부들을 마주할 때면 절망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나와 함께 아파하시던 주님을 만난다.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아파하며 한나의 심정으로 울며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은 나를, 그들을 위한 중보자로 준비시키신 것이다.

믿음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을 낳고 15년이 지난 후 하나님의 때에 90세가 된 사라의 몸에서 약속의 자손 이삭을 얻었고, 한나도 남편의 둘째 부인의 조롱을 겪으면서도 하나님의 때에 절망과 고통으로 무너진 이스라엘을 구원할 사무엘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진태현 부부의 믿음 고백은 큰 위로로 다가온다. 감당하지 못할 큰 아픔과 절망 앞에서도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인정하고 다시 소망을 갖고 일어나는 모습은 같은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선하시고 살아계심을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각 아기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모든 난임 부부들에게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소망이 일어나길 바란다. 기도에 반드시 응답하실 것을 믿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간증하는 소식이 넘쳐나길 기도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 일을 이루어 가고 계신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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