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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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세상속으로…] 교회가 세운 ‘로뎀하우스’로 청년 품자 헌신·봉사로 화답

입력 2022-10-19 03:10:01
나영진(왼쪽 첫 번째) 만남의교회 목사가 지난 4월 로뎀하우스 입주 청년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 ‘ 카페토다의숲’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만남의교회 제공
 
청년 쉐어하우스인 로뎀하우스 전경. 만남의교회 제공
 
청년들이 지난해 소외이웃을 위한 연탄 봉사 활동에 나선 모습. 만남의교회 제공


최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의 60% 이상을 ‘2030 세대’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유경석(34)씨도 주거 고민을 하던 청년 가운데 한명이었다. 유씨는 서울 송파구 본가에서 경기도 의왕에 있는 회사까지 매일 출퇴근했다. 경기도 용인 만남의교회(나영진 목사)가 청년 쉐어하우스인 ‘로뎀하우스’를 마련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로뎀하우스에 입주한 후 출퇴근 시간이 30분 정도 단축됐다. 교회도 가까워져서 섬김과 봉사에도 쉽고 편하게 나설 수 있고 청년들과 교제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만남의교회가 로뎀하우스를 세운 건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교회에서 만난 나영진 목사는 “교회 인근 판교에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청년들이 원룸 오피스텔 등을 구해야 하는데 비싸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 치안 문제도 있어 어려움이 많은 걸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뎀하우스는 청년들의 최대 고민인 주거 문제에 도움이 되고 청년들만의 공간에서 나눔과 교제가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말로만 청년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고 교회가 정말 청년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뎀하우스는 교회 바로 옆 주차장으로 쓰던 공터에 세워졌다. 나 목사는 공유 하우스와 학사관을 돌아다니며 자료 조사를 거쳤다. 로뎀하우스에 입주할 청년들과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의견도 모았다.

건축자금 9억원 중 4억원은 성도들의 헌금으로 마련했다. 한국교회와 사회를 이끌 청년들이 사용한다고 하니 성도들은 건축비에다 세탁기나 건조기 등 가전제품들도 기증했다. 2020년말 로뎀하우스는 4층 건물에 9개 호실, 3개의 다락방을 갖춰 완공됐다. 맨 꼭대기인 4층은 라운지처럼 한 방으로 터서 청년들이나 주일학교 학생들이 각종 모임, 번개, MT 등에 활용하게 했다. 4층엔 대형 TV와 PC방을 방불케 하는 컴퓨터도 마련됐다. 다락방은 MT에 참여한 이들이 하룻밤 묵고 갈 수도 있다. 4층 빌라에는 드물게 승강기도 설치했다.

나 목사는 “로뎀하우스가 생기기 전까지는 청년들이 오붓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이제는 로뎀하우스에서 청년들이 수시로 모이고 함께 잠도 자면서 서로 친밀해지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은 ‘오픈 하우스’라고 해서 입주자들끼리 모임도 한다. 이 자리에는 청년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새 신자들을 초청해 함께 게임을 하거나 근교로 놀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뎀하우스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인근 원룸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 교회는 월세를 모두 다음세대 사역에 사용한다. 주로 청년들 모임 지원비에 쓰이는데 내년에는 남아공 단기선교 참가자에게 참가비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나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는 만큼 청년들도 교회를 더 사랑하고 헌신하는 역사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제가 교회에 처음 부임해서 한 일이 청년들과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교회가 진정성을 갖고 자신들을 대하는지 아닌지를 잘 압니다. 장기적 차원에서 청년들의 필요를 채우고 그들과 동역하십시오.”
 
교회들을 향한 조언

나영진 목사는 청년 쉐어하우스를 구상하는 교회들에 “한 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먼저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나 목사는 “우리 교회는 공터를 갖고 있었고 성도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쉐어하우스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작은 교회들에겐 쉽지 않은 사역임을 잘 안다. 그럴 때는 교회가 대학가 인근 원룸 한 곳만이라도 보증금을 마련해 청년들을 지원해줄 것을 권한다”고 제안했다. 쉐어하우스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청년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변 한 교회가 옥탑방을 개조해 청년들이 사용하게 했는데 워낙 조건이 열악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적이 있었다”며 “요즘은 대학 기숙사도 시설이 발전하고 있다. 가성비를 따질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투룸보다 원룸을 더 선호한다는 것도 나 목사가 깨달은 노하우다. 그는 “거실이 있는 투룸을 청년들이 좋아할 것 같아 원룸과 투룸을 적절히 섞어 로뎀하우스를 만들었는데 개인 자유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청년들은 원룸을 선호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두 번째 쉐어하우스를 만들게 된다면 모든 방을 원룸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쉐어하우스를 지을 재정이 부족하다면 일부 호실을 전세로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 목사는 “로뎀하우스도 2개 호실을 지역 주민을 위한 전세로 돌려 부족한 건축비를 충당했다”며 “이들이 가끔 오픈하우스에도 참여해 우리 청년들과 교제하면서 불신자가 교회와 접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용인=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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