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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 한 달… “독재자에 죽음을” 구호 더 강해졌다

입력 2022-10-17 04:10:01
9월 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 추모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히잡 의문사’에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16일(현지시간)로 한 달을 맞았다. 처음에는 20대 여성들이 히잡을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며 항의하는 시위였지만 이제는 성별·나이·직업에 상관없이 다수가 “여성, 생명, 자유”와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친다. 시위가 거세지면서 이란 정부의 탄압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 15일까지 미성년자 32명을 포함해 최소 240명이 숨졌다는 인권단체 보고가 있다.

시위가 격화하는 이유는 히잡 착용에 대한 반발이 전부가 아니다. 경제난과 빈부격차 심화, 지지부진한 개혁·개방 등이 젊은 세대 분노의 근원이다. 이란의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은 52.2%다. 닭고기 값은 10년 전보다 20배 비싸졌고 식용유 가격은 40배 올랐다. 지난 5년 동안 이란 통화 리알의 가치는 약 90% 하락했다.

그 결과 빈곤층의 비율은 2015년 20%에서 30%대로 증가했으며 한때 60%였던 중산층 비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당선된 강경 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란핵합의(JCPOA) 복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개혁·개방에 대한 젊은 층의 희망을 꺾었다.

이란 활동가 세이드 알리 하사니(35)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사람들은 차별과 부당함, 가난에 질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가 과거와 다른 건 상당수 가담자가 이슬람 공화국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어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남 바킬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부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이란 국가대표 축구팀의 시위 지지 행동을 예로 들며 “2019년 시위처럼 (이란 정부가) 가혹한 방식으로 시위대를 억압하는 것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군대에 균열이 생기면 반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변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카네기유럽’은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넘어서는 정치적 의제와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15일 정치범 투옥 장소로 악명 높은 테헤란 북부 에빈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곳엔 최근 반정부 시위에서 체포된 수백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내부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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