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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재정·행정적으로 완전 독립… 내실 있는 청년교회로 성장

입력 2022-10-12 03:10:01
예능청년교회 교인들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진행된 예배 도중 참석자들간 서로 축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종이 주보는 없습니다. 대신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오늘 주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예능청년교회(심성수 목사)의 오후 2시 30분 예배에 참석하려고 하자 안내 팀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스마트폰으로 큐알코드를 스캔한 뒤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교인들은 20~30대 청년이 대부분이었다. 가을비치고 제법 많은 비가 내렸지만 200명 가까운 청년들이 한 데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교회는 청년에 방점을 찍은 2015년 예능교회(조건회 목사)에서 재정적으로 독립해 청년들만의 신앙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행정적으로도 독립해 청년들이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갖고 있다. 예능청년교회에서 사역하는 3명의 교역자 사례비중 90%는 청년들이 낸 헌금으로 충당할 정도다. 매년 10월이면 일반적인 교회의 ‘정책 당회(새해 사역 계획 확정 회의)’와 비슷한 성격의 회의를 열고 새해 전체 사역을 결정한다. 완전한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母) 교회인 예능교회와 아예 관계가 없는 건 아니다. 청년들은 예능교회 본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사무실도 기존 교회 안에 있다. 당회 역할을 하는 ‘운영위원회’에도 청년 담당 장로와 멘토 역할을 하는 집사 두 명이 참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청년들의 몫이다.

예배 후 만난 심성수(43) 목사는 교회 창립 때부터 청년들의 신앙 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심 목사는 “우리 교회 청년들은 기존 교회의 ‘청년부원’이 아니라 엄연한 ‘교인’으로 교회 운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각 팀장은 15명 규모의 운영위원회 회원인데 이들은 수시로 모여 사역에 따른 예산 수립과 지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교회는 청년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 그는 “단순히 한 부서에 속한 부원이 아니라 교회를 이끄는 리더라는 자부심이 교인들에게 있다”면서 “이런 독립적 조직 때문에 교인이 크게 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015년에 비해 상당히 성장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7년 전 예능교회로부터 예산 4000만원을 지원받아 시작한 예능청년교회는 올해 청년들의 헌금만으로 2억4000만원 결산을 전망할 정도로 성장했다. 예산만 놓고 보면 여섯 배 성장했다. 교세도 확장됐다. 청년교회를 구상하던 초창기 이 교회 청년부원은 80명을 밑돌았지만 현재는 170명이 넘는 교인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심 목사는 “장년 교인(600~700명) 수와 비교했을 때 20%에 달하는 수준으로 여타 교회의 장년 대비 청년 비율이 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교인들의 자부심도 크다. 안내팀 팀장을 지낸 장지민(29)씨는 교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도 내가 낸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운영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하면서 교회 사역 전반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나를 비롯한 청년들이 교회 운영에 참여해 책임 있는 신앙 생활을 하면서 규모 있게 재정을 쓰는 데 익숙해졌다”면서 “장년이 돼서도 더욱 교회를 잘 이해하고 봉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심 목사는 “청년교회는 규모를 떠나 내실 있는 교회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 “청년교회의 성공은 청년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청년 사역을 하는 심 목사는 우리나라 교회 안에서 청년이 가장 큰 희망을 지닌 세대라고 했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그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데서 외연이 확장된 청년교회를 기대하고 했다.

심 목사는 “우리 교회는 결혼한 뒤 3년까지 회원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규가 있지만 많은 교인이 결혼 적령기를 지나서도 가정을 꾸리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헌신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헌금도 할 수 있는 역동적인 교인이 청년이라는 얘기다. 이들을 교회 울타리에서 양육해야 흩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청년부가 힘을 잃고 있다’는 일반적인 평가와는 완전히 상반된 지적이다.

그는 “재정과 행정적으로 독립된 청년교회를 이끌며 청년을 양육해야 하는 당위성과 이들에게 자신들만의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청년교회 울타리 안에서 자란 이들이 결국 전체 교회를 이끌 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회 초창기부터 사역한 이명신(39) 전도사도 “청년들의 교회라는 정체성이 청년 교인 각자에게 개척교회를 일구는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심어줬고 결국 스스로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면서 “청년들만의 교회를 통해 청년이 성숙하면 결국 장년이 돼서도 교회를 이끌 리더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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