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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中 권력투쟁 안 끝났나… 당 대회 코앞인데 지도부 인선 깜깜이

입력 2022-10-10 04:10:01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산 첫 여객기인 C919 개발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시 주석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된다. 신화뉴시스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에 관해선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총서기에 오른 2012년 18차 당 대회 때는 홍콩, 대만 등 중화권 매체들이 7명의 상무위원을 포함한 정치국원 25명 명단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연임한 2017년 19차 때는 당 대회 직전까지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고 3연임을 앞둔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 주석과 정치 원로들간 권력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20차 당 대회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당 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9기 7중전회)가 9일 시작됐다.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가 당 대회 개최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최종 준비하고 점검하는 과정이다.

집권 10년, 깜깜이 된 인선

20차 당 대회와 관련해 확정적인 건 시 주석의 3연임이 공식화된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시 주석 집권 이래 지도부 인선이 깜깜이가 된 건 덩샤오핑 시대 이후 제도화된 집단 지도 체제와 권력 승계 관행이 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투쟁을 차단하고 권력 승계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두 번째 총서기 임기 시작 때 차기 지도자 후보를 상무위원에 발탁하는 ‘후계자 격대 지정’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 주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낙점했던 후춘화 당시 광둥성 당서기를 19차 당 대회 때 상무위원으로 발탁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후춘화 부총리가 올해 상무위원에 진입해 내년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후임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가 소식을 잘 안다고 평가받는 홍콩 매체 명보는 최근 후 부총리의 고향인 후베이성 우펑의 산골마을을 찾아 그의 정치 인생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8월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 모임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전후해 차기 총리 1순위로 부상한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후 부총리와 같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지만 올해 59세인 후 부총리보다 8살 많아 후계 구도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 주석의 측근인 리잔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8년 헌법에 명기된 국가주석 임기 10년 규정을 없애 장기집권의 근거를 마련했다. 시 주석은 또 집권 이래 부패 척결을 내세워 당·정·군에 포진한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했다. 지난달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과 푸정화 전 사법부장 등 이른바 ‘쑨리쥔 정치 파벌’ 6인이 줄줄이 중형을 선고받은 건 집권 2기 대대적으로 진행된 공안 분야 숙청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쑨 전 부부장은 장쩌민 전 주석의 최측근인 멍젠주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직속 부하였다. 이렇게 시 주석 집권 10년 동안 중국 지도부 인사의 기준이 됐던 계파 안배와 관례는 모두 깨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절대 권력 체제를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장쩌민 계열의 상하이방, 후진타오의 정치적 기반인 공청단 등 원로 집단의 반발과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권력 구도를 파악할 수 있는 6개 지표로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 차기 총리, 정치국 구도, 시 주석에 대한 영수 호칭, 시 주석의 직책 추가, 당헌 개정 여부를 제시했다. 시 주석 측근으로 분류되는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장,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등이 상무위원에 얼마나 포진하는지에 따라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과 내부 저항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당의 ‘핵심’으로 불리는 시 주석이 공식적으로 ‘영수’ 칭호를 얻게 되면 이는 마오쩌둥 이후 처음이다.

‘대관식’ 마지막 관문 7중전회 시작

20차 당 대회 직전에 열리는 19기 7중 전회는 당 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행정 절차의 성격이 짙다. 당 총서기인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식에서 발표할 업무보고 초안을 중앙위원들에게 공개했다. 또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당의 헌법격인 당장 개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200여명 중앙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당장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보고서 초안에 대한 심의를 당 대회에 제청하는 형식적인 절차를 밟게 된다. 당장 개정안에는 시 주석의 당 중앙 및 전당 핵심 지위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 개막식에서 3시간 30분 동안 업무보고를 하며 2020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에선 지난달 29일 이후 8개 구에서 2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시는 전날 브리핑을 열어 신규 감염자의 동선을 분 단위로 공개하고 “해외 및 베이징 외 도시에서의 유입은 코로나19 예방 통제의 가장 큰 위험”이라며 “방역 의식을 강화하고 개인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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