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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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철 목사의 ‘복음 백신’] 거지와 창녀와 천사

입력 2022-08-24 03:10:01


30년 넘게 길에서 구걸하며 연명하는 걸인 총각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에서 쫓겨난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였다. 그는 듣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구걸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번화가 길목에 앉아서 하루 종일 구걸한 돈이 5만원이 넘지만 그 허기진 배는 채울 길이 없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돈 내고 밥을 먹겠다고 해도 식당에서는 그에게 음식을 팔지 않았다.

이유는 온몸이 떨리고 뒤틀려서 수저로 밥을 먹어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식당을 더럽히고 손님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서럽고 배고픈 인생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신앙인이었다. 30년 동안 교회 주변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성경을 읽으며 예수님의 기적을 늘 사모했다. 하지만 간절한 신앙도 육체의 허기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자기를 향해 문을 꼭꼭 닫아버린 지상에서 그가 찾아간 곳은 창녀촌이었다. 돈만 내면 문전박대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는 창녀촌에 가서 큰돈을 내고 비싼 음식들을 주문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밥을 직접 먹여 달라고 했다.

창녀가 음식을 차려 들고 왔다. 그리고 걸인에게 먹여주기 시작했다. 걸인은 평생 처음 받아본 인간다운 대접에 감격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나를 내쫓지 않고 맞아준 저 여인이야말로 정말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말했다. “다…당신이 바…바로 처…천사야….”

그 창녀는 깜짝 놀랐다. ‘천대와 손가락질만 받아오던 나보고 천사라니!’ 평생 처음 들어본 이 말에 창녀는 감격했다. 그 감격에 그녀 역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걸인에게 말했다. “창녀를 천사라고 말하는 당신이야말로 천사입니다!”

둘은 서로 고백했다. “당신은 나의 천사입니다!” “당신이야말로 정말 나의 천사입니다!”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갔다. 그리고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하객의 축복 속에서 가정을 일구고, 작은 가게를 열어서 장사하며 새 출발했다.

걸인은 이제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는다. 매일 밥을 먹여주는 아내가 있다. 이 세상은 천국이라고 찬양한다. 창녀였던 아내도 이제는 갖은 수모를 당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남성들을 저주하는 대신 진심으로 한 남자를 사랑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하다.

그들을 이토록 새롭게 만든 게 누군가. 걸인을 구한 것은 사회복지정책도 아니요, 자선단체도 아니요, 교회도 아니었고, 어떤 성직자나 교인도 아니었다. 바로 한 창녀였다. 창녀를 구한 것은 윤락방지법도 아니요, 성직자도 아니요, 상담자도 아니었다. 바로 걸인이었다.

인생은 서로 알아주고 칭찬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갈 때 천국이다.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고 대적하면서 사는 삶은 천만금을 쌓아 놓아도 지옥이다. 그 삶에 진정한 행복과 소망이 있을 수 없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0~21)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혹시 내가 믿고 바라는 하나님 나라가 바리새인들이 말했던 하나님 나라와 같지 않은가. 말로만 외치고 말씀으로만 알았지, 실제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나님 나라는 지금 여기서 누리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는 것이다.

송상철 미국 애틀란타 새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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