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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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365-7월 12일] 예수님이 충청도에 오셨당께유

입력 2022-07-12 03:10:01


찬송 :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580장(통 371)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사도행전 2장 5~11절

말씀 : 성경의 역사는 번역의 역사입니다. 구약 히브리어성경은 헬라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칠십인역이죠. 예수님은 아람어를 쓰셨는데 복음서는 예수님의 말씀을 헬라어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라틴어 번역인 불가타 성경을 사용했습니다. 종교개혁 당시 루터가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이래 성경은 각국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성경도 개역개정을 비롯해 새번역, 공동번역, 현대어성경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지역 언어인 사투리로 성경을 번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마가복음을 헬라어에서 직역하다가 퍼뜩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오래 전에 마가복음을 제주도 방언으로 번역한 책이 나온 적이 있고, 한때 시편 23편을 경상도판 전라도판 충청도판으로 번역한 내용이 널리 퍼지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한글성경인 ‘예수셩교젼서’는 평안도 사투리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래서 마가복음 전체를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하는 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충청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 ‘개갈 안 난다’ ‘시방’ ‘당최’ 같은 말입니다. 이런 말들을 충분히 활용해 번역했습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해 봅니다.

‘시방 때가 코앞이 닥쳤구유 하나님나라가 가찹게 왔슈. 맴들 고쳐먹구 복음을 믿으슈.’(막 1:15) ‘예수님이 호통을 쳤슈. “연설바가지 그만 허구 시방 그 사람헌티서 썩 나오지 못혀?”’(막 1:25) ‘“늬가 달라구만 허면 까지꺼 나라 반쪽이라두 내가 못 뗘 주겄어?”’(막 6:23) ‘예수님이 말씀허셨슈. “아직두 못 알아들으먼 워니 천년이 깨닫는댜?”’(막 8:21) ‘예수님이 제자덜뿐 아니라 무리덜까정 불러낸 댐이 일러줬슈. “누구던지 나를 따라오구 싶거들랑 지 자신헌티 가께표(가위표)를 허고, 지 십자가를 들춰메구 나를 따러오세유”’(막 8:34) ‘여인네덜은 모이(묘)서 튀쳐나와설랑 그답 내빼뻔졌슈. 몸뗑이는 덜덜 떨리구 당최 정신을 채릴 수가 없었거든유. 여인네덜은 아무헌티 암마뚜 허덜 못혔슈. 원체 겁이 났으닝께유.’(막 16:8)

충청도 사투리 성경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갖가지입니다. 구수하고 재미있다고도 하고, 예수님의 행적이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고도 하고, 어떤 분은 너무 생소하고 파격적이라 얼떨떨하다고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오순절 날 사도들은 세계 각처에서 예루살렘에 모인 사람들에게 각 나라의 언어로 설교를 했습니다. 사도들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네 방언을 듣고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예수님이 우리나라에 오셨다면 우리말로 말씀하셨을 것이고, 분명히 각 지방의 사투리로 설교하셨을 것입니다. 성경을 사투리로 번역해서 보급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기도 :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이 온 세상 방언으로 구석구석 퍼져나가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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