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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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궁극의 미래 청정 에너지 ‘수소의 시대’가 온다

입력 2022-05-31 04:10:01


수소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스


프랑스 선박업체 ‘윔비’사의 수소 보트. 위키미디어 커먼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욱 연구원팀이 개발한 수소유량교정시스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미래 청정에너지 중 하나로 ‘수소’가 꼽힌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면 열을 만들고 부산물로 물(수증기)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환경오염 물질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다양한 방법이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지만 수소만이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만능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소에너지가 가진 장점은 어떤 것이고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전문가마다 수소를 논하는 시각은 아직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소를 빼놓고 미래 청정에너지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수소에너지에 대해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본 전제조건이 있다. 수소는 장점이 많은 좋은 에너지이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에너지를 써서 만들어야 하는 2차 에너지, 즉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쓰이는 ‘전달 물질’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석탄은 땅에서 캐내기만 하면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던 에너지를 새롭게 확보한다. 이 석탄을 불에 태워 그대로 난방을 해도 되고, 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도 된다. 석유도, 천연가스도, 심지어 원자력도 마찬가지이다. 효율이 높고 나쁜 차이는 있지만 어느 것이나 ‘채굴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수소는 자연 상태로 채굴할 수 없다. 물을 분해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이때 전기가 필요하니 다른 에너지를 넣어 수소를 만드는 셈이 된다. 천연가스를 열화학적으로 개질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역시 1차 에너지인 천연가스가 필요하고, 그 변환 과정에도 전기 등의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간다.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 수소’도 있지만 이 역시 석유 에너지의 부산물이다. 흔히 ‘수소 사회가 오면 에너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환경오염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어디선가는 에너지를 투입해 수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는 깨끗하다

이 문제 때문에 수소에너지를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디선가 에너지가 투입된다면 결국 청정에너지는 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등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면 결국 화석연료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으니 환경 자체가 개선되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릴 수 있는데, 환경오염 물질의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을 발전소나 수소 생산공장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을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자동차 수백만대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도 각종 건축물과 자동차 등에 석유, 천연가스, 액화석유가스 등 휘발유 및 경우 등의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를 수소로 대체할 경우 도시 환경은 한층 더 깨끗해질 수 있다. 물론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사회 전체적으로 본다면 ‘환경오염물질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이 수소가 청정에너지라고 불리는 진짜 이유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수소, 대용량 장거리 운송에 적합

수소자동차가 좋은가, 전기자동차가 좋은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자주 벌어진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수소자동차도 결국 ‘수소연료전기자동차(HFCV)’라고 불리는 전기 자동차의 일종이다.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가며 운행하는 식이다. 전기자동차는 충전시설만 확보한다면 집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도 충전을 할 수 있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도중에도 충전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수소자동차는 반드시 충전소를 찾아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대신 배터리를 짊어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즉 도심을 운행하는 승용차의 경우 전기가 유리한 점이 많고, 대량의 짐을 싣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트럭은 수소가 장점이 더 크다.

자동차 외에도 대량, 대용량 장거리 운송에 적합한 분야는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박이다. 국내 조선소에서 주력으로 건조하고 있는 8000~1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려면 10만 마력 이상의 엔진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출력을 종일 내려면 연료만 300~400t이 넘게 들어간다. 값싼 벙커C유를 사용한다고 해도 하루 연료비만 2억원을 넘나든다. 값비싼 휘발유를 쓰는 엔진이라면 1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연료비로 사라질 것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선박 등이 온종일 배출하는 환경오염물질도 무시하기 어렵다.

수소발전소를 짓자는 의견도 자주 들리는데 이론적으로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한 번 수소를 만든 다음 그것으로 다시 발전하느니 차라리 수소를 만들 천연가스로 그대로 발전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석유정제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부생수소’를 활용할 경우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소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선 연간 160만~170만t가량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중 현재 판매되고 있는 양은 23만t 정도로 알려져 다소 여유가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2019년 7월 50메가와트(MW)급 대신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개시하면서 국내에서도 수소 발전시대를 열었다.

수소에너지가 실용화되려면 다양한 사회 인프라가 필요하다. 우선 자동차용 충전시설이 필수다. 수소를 보관하려면 매우 높은 압력의 보관시설이 필요하므로 수소충전소를 만들 때는 기존의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용 가스 충전시설에 비해 훨씬 건설비가 더 들어가는 단점도 있다. 또 수소를 사회 곳곳에서 LPG나 LNG처럼 사용하기 위한 계량 기술도 필요하다. 정량의 수소가 충전될 수 있도록 유량계를 검증하는 교정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2020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이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해 국내에서도 독자적으로 수소충전소 실용화가 가능하게 됐다. 박현민 표준연 원장은 “앞으로 대형 수송 수단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 보급시설 개발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소는 취급하기에 따라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차세대 연료이다. 앞으로 수소연료의 특성을 이해한 올바른 에너지 정책이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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