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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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화장실 앞의 어머님

입력 2022-04-14 03:15:01


초등학교 시절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 순간 화장실 앞에 쓰러져 계신 어머님을 보게 된 것입니다. 어머님은 늘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셨던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편찮으신 건 상상도 되지 않던 어머님이 쓰러지신 걸 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한참 울고 있었는데 어머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과로로 잠시 쓰러지신 건데 아들이 눈물을 쏟고 있으니 놀라셨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들 놓고 엄마는 절대로 죽지 않을 테니 그만 울어.”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혼자 두고 절대 돌아가시지 않을 거야.’ 어머님의 그 음성은 제 가슴에 지금도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귀에 들리는 또 하나의 음성이 있습니다. 마태복음의 맨 마지막 말씀입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8) 어머님의 음성도 제게 힘이 되는데 주님의 이 음성이면 우리에게 충분하다 싶어 오늘도 기운을 내며 살아갑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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