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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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황성주 (16) 산을 옮기는 ‘겨자씨 믿음’… 심는 것은 우리의 몫

입력 2022-04-13 03:10:01
2002년 2만 달러에 매입해 개교한 쿠바 선교사관학교. 17년 만인 2019년 다시 방문한 황성주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과 전재덕 선교사(뒷줄 맨 왼쪽) 등 선교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2년에 쿠바에 다녀왔다. 쿠바는 공산권 국가라 교회 설립과 복음 전파의 자유가 없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처소교회가 부흥하고 있었다. 고학력자와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아 ‘이 나라는 선교의 나라’라는 영적 통찰력을 가지게 됐다. 2만 달러로 집 한 채를 매입해 ‘쿠바와 중남미, 세계 선교를 위한 선교사관학교(DAAM)를 시작했다. 겨자씨만 한 믿음으로 선교의 씨앗을 심었다.

그런데 2019년 17년 만에 쿠바를 다시 방문할 기회를 얻었는데 정말 놀라운 열매들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이 선교사관학교에서 2300명의 졸업생이 나왔고, 쿠바 전역에서 교회를 개척해 하나님의 역사를 일으킬 뿐 아니라 90개의 분교를 설립해서 현재 1600명의 사역자와 선교사 후보생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필리핀 일로일로에 한국인을 보낼 선교사관학교를 세운 적이 있었다. 그 사역은 무산됐지만, 오히려 필리핀인들을 해외에 선교사로 파송하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2005년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들이 최초로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지를 순례하는 현장으로 활용돼 그들에게 세계 선교 비전의 씨앗을 심는 기회가 됐다. 지금은 중국의 가정교회가 2030년까지 2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엄청난 비전으로 기도하고 있다.

시카고 국제품성생활훈련원(IBLP)에서 성품 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미국 선교사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그리스도인은 큰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큰일은 다 세상 사람들이 합니다.” 여기서 그는 잠깐 멈추었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은 작고 소박한 일을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그가 갑자기 외쳤다. “그리스도인은 불가능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와 초연결 사회가 되다 보니 세상에서 ‘복잡계’(complexity)라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최근 팬데믹까지 가세해 불확실성과 복합성이 증가하여 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 할 것이 없으리라.”(마 17:20)의 말씀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40여 년 전엔 캠퍼스에 복음의 씨앗을, 30년 전에는 전 세계 곳곳에 사랑의 봉사단을 통한 복음과 사랑의 씨앗을, 27년 전에는 사랑의 병원 씨앗을, 25년 전에는 이롬을 비롯한 킹덤비즈니스 씨앗을, 20년 전에는 꿈의학교의 씨앗을 심었다. 겨자씨 믿음을 심는 것은 우리의 일이고, 산을 옮기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전 3:7) 주님은 겨자씨 같은 믿음을 통해서 일하신다. 그러나 겨자씨라도 심지 않으면 주님은 일하실 수 없다.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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