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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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그렇게 하는 척?

입력 2022-03-31 03:10:01


몇 명이 모인 모임에서 식사를 하다 제가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요즘 정치권에서 소통, 통합이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는데 그러는 척하지 말고 제발 진심을 담아 노력해 봤으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한 분이 이렇게 받았습니다. 그러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요. 이분의 이야기는 그러는 척하다 무슨 일만 생기면 돌변하는 모습 때문에 실망했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척하는 게 분명 좋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부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거야 그렇지만 싫어도 그 앞에서는 좋은 척이라도 하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늘 그렇게 하는 척하면 나중에는 정말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잠시 그런 척하지 말고 중간에 돌변하지 말고, 계속 그렇게 하면 그것이 정말 그런 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권도 교회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면 하지 않는 척,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는 척, 진심으로 하지 않는다면 하는 척이라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변하지 않고 말입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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