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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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의 마법… 두 소녀팬과 ‘지붕위의 테니스’

입력 2020-08-03 04:10:01
로저 페더러(사진 가운데)는 비토리아(오른쪽)와 카롤라라는 이름의 두 소녀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4월 건물 위에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을 SNS에 올리자 이를 기특하게 여겨 직접 현지를 방문, 둘과 테니스를 쳤다.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홈페이지 캡처


로저 페더러가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라구라의 한 건물 위에서 소녀 2명과 테니스 경기를 펼치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홈페이지 캡처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가 이탈리아의 10대 소녀 두 명과 지붕 위에서 깜짝 테니스 경기를 벌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2일(한국시간) 페더러가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리구라를 방문해 건물 지붕에서 두 명의 소녀와 랠리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페더러와 2대 1 경기를 치른 두 명의 소녀 비토리아(13)와 카롤라(11)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자택과 옆 건물 지붕에서 테니스 랠리를 즐기는 ‘지붕 위 테니스’ 영상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남녀 프로 테니스대회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이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영상은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900만회에 달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상을 본 페더러는 두 소녀를 찾아가 지붕 위 테니스를 즐기자는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다. 페더러는 무릎 수술 뒤 2020-2021 시즌 투어 일정을 마감하고 재활 일정만을 소화하는 상태여서 소녀들을 방문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ATP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소녀는 초반에 자신들을 취재하러 온 방송국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한다. 비토리아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페더러다. 만약 페더러를 본다면 점프해서 그에게 안길 것 같다”고 밝힌다. 이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페더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비토리아는 잠시 뒤 “페더러가 우리 집 지붕에 서 있다. 기절할 것 같다”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페더러는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옆 건물 지붕으로 자리를 옮겨 두 소녀와 2대 1 이벤트 테니스 경기를 했다. 페더러는 경기 뒤 “지금까지 전 세계의 멋진 장소에서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경험은 내게 가장 특별했다”며 “우리는 어디서든 테니스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또 두 소녀에게 “라파엘 나달과 이야기해 너희들을 나달 아카데미의 여름캠프에 초청하도록 했다”고 말하며 마지막 깜짝 선물까지 선사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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