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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를 들으면 또 듣고 싶고 감정 움직이는 피아니스트가 꿈”

입력 2020-07-03 04:05:01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임주희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진행되는 ‘임주희가 연주하는 임주희’를 통해 국내 첫 정식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최현규 기자


시작은 2010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음악 축제 ‘백야의 별’이었다. 10살 소녀는 리허설 무대에 놓인 자신보다 큰 더블베이스를 보고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당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피아노 협연을 앞둔 소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 2m짜리 악기보다 네가 연주할 피아노가 더 큰 악기란다. 혼자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악을 포용하는 게 참 신비하지 않니?”

10살의 나이에 러시아 데뷔를 했던 이 소녀의 이름은 피아니스트 임주희.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9살 임주희의 연주를 듣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처럼 청중을 전율케 한다”며 그를 ‘백야의 별’ 협연자로 낙점했다. 올해 갓 스물이 됐지만 임주희는 지휘자 정명훈과 2014년부터 열일곱 차례 협연하고 올해 포브스코리아의 ‘2030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는 등 차세대 거장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 오르는 ‘임주희가 연주하는 임주희’는 이 화려한 이력의 피아니스트가 ‘천재’ ‘신동’ 등 수식어를 벗어던지고 성인이 된 본모습을 보여주는 국내 첫 정식 리사이틀 무대다.

눈길을 끄는 건 독주회의 포문을 여는 ‘6개의 에튀드 중 임주희’다. 프랑스 작곡가 카롤 베파가 임주희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3~4분가량의 짤막한 곡으로 리듬이 변화무쌍한 난곡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임주희는 “카롤 베파 선생님이 재작년 ‘네 이름을 단 곡을 만들었다’며 직접 SNS로 연락을 주셨는데, 행복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머러스한 매력이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독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과 쇼팽 발라드 1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 등도 연주한다.

임주희는 “주위에서 너무 잘 알려진 곡들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조언도 들었지만, 내 해석을 담은 곡이 관객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전달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임주희는 ‘6개의 에튀드 중 임주희’처럼 리드미컬한 삶을 살아왔다. 서울 길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던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놀이처럼 즐겼던 그는 13살부터 학교에 가는 대신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홈스쿨링을 했다. 그림 실력도 상당해 공연 전문지 ‘객석’에 피아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이정란 등을 그린 그림을 싣는 등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모두 스마트폰에 손가락만으로 그렸다.

영화와 K팝을 즐기는 평범한 20살이기도 하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야심은 비범하다. 체력을 위해 10년간 매일 3시간씩 운동을 했다는 임주희는 “연주를 들으면 그 곡을 다시 듣고 싶어지는, 감정을 움직이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나의 곡에 셀 수 없이 많은 느낌이 담겨 있어요. 그런 감정들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연주자의 매력같아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감정적 고양을 전해드릴 수 있는 독주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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