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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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려운 때일수록 더 생각해야 할 교회의 사회적 역할

입력 2020-07-03 04:05:01
방역 당국의 헌신적인 노력과 절대 다수 국민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매일 수십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걱정스러운 상황이 하나의 법칙처럼 굳어졌다. 특히 산발적인 교회발 감염이 최근 확산하면서 방역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경기 안양·수원의 주영광교회와 수원중앙침례교회 관련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교회가 감염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어제 합동 기자회견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교회가 여름 성경학교와 캠프, 기도원 부흥회 등 모든 행사를 계획 단계에서부터 취소, 축소, 연기해 달라는 당부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유증상자가 예배에 참석하는 등 당국의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은 극소수 교회 때문에 방역수칙을 준수한 대다수 교회까지 기피시설로 인식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교총과 NCCK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교회의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교회 밖에서 감염됐다 하더라도 교회가 확산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성찰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다. 정세균 총리가 종교시설을 통한 감염이 계속될 경우 종교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경고한 마당이다. 교회가 그동안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잘 대처해왔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제와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 때다. 규모를 축소해 행사를 하더라도 숙박과 음식물 제공을 삼가는 등 코로나19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행동은 억제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대면 행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교회가 사회의 귀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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