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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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 같은 타원형 예배당… 군선교 요람

입력 2020-06-18 00:10:01
2018년 12월 봉헌한 논산훈련소 연무대교회 전경.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훈련병들이 예배 드리는 모습. 좌석은 5000석이지만 스탠드형으로 설치돼 1만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규빗건축사사무소 제공




교회를 짓는 모든 교회의 소원은 좋은 교회를 짓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지어야 좋은 교회가 될까. 사실 뚜렷한 해답은 없다. 그래도 주위에 “교회를 잘 지었다” 또는 “좋은 교회 건축이다”라고 평가받는 교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교회의 본질에 가장 잘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대한 교회 건축들은 영적 표징으로서의 본질을 잘 간직하면서도 그 시대 정신이 명시된 강한 건축적 표현을 가졌다. 이것은 교회 건축이 교회의 본질과 그 속성을 하나님의 거룩성에 기초를 두고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공동체이며 성도들이 하나님 백성으로 자처할 때 성도된 본분으로 가장 중요한 행위는 하나님께 대한 예배일 것이다. 교회는 예배를 통해 거룩성을 회복하고, 예배를 통해 성도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예배가 주는 힘으로 말씀을 지속하며, 세상에서 성도의 본분을 다한다. 예배의 중심은 무엇보다 말씀선포, 찬양과 기도, 각종 성례를 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배당의 기본은 시각과 청각이다. 예배를 위해서는 잘 보이고, 잘 들려야 한다. 좌석의 어느 각도에서도 강대상이 잘 보이고, 앞사람으로 인해 시선이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

교회는 또 수십, 수백, 수천명 등 많은 성도가 일시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그런 만큼 동선과 기능이 매우 복합적이다. 그래서 굉장히 기능적이어야 한다. 사용자의 편리함과 명확한 동선관계, 적정공간 규모와 크기 등을 세밀하게 따져 사용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머물고 싶고 또 오고 싶어하는 좋은 교회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교회의 고유성(identity)이다. 기존 교회들은 비슷한 형식들이 있었지만 2000년도 들어서면서 현대교회들은 고유성에 주목하게 된다. 교회마다 목회자들의 목회철학과 방향이 달랐고, 성도들의 구성도 달랐으며, 그 지역에서의 역할도 제각각이었다. 그렇다면 교회가 비슷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달라야 하고 교회의 고유성을 찾아주는 것이 더 필요해 보였다.

논산훈련소 연무대교회는 군선교의 요람과 같은 곳이다. 한국 기독교가 교파를 초월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뜻을 모아 훈련병을 위한 예배당 5000석을 지었다. 교회건축을 대표하는 열 군데 건축설계업체가 지명 현상공모에 참여해 규빗건축이 당선됐다.

연무대교회는 한국 기독교를 대표해야 하고, 이미 지어진 4000석 규모의 불교 불당, 천주교 성당, 원불교 불당 등과도 서로 경쟁을 벌이는 영적 전쟁터이다. 건물 규모와 형식면에서도 타종교와 비교해 당연히 압도적이어야 했고 건물은 장엄하면서도 너무 위압적이지 않아야 했다. 교회의 상징성도 내포하면서 군선교회로서의 기상도 표현해야 했다.

이러한 요구조건을 수용하기 위해 건물을 가급적 계획부지 뒤쪽으로 배치해 계획부지 전면에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 및 스탠드형 관람석을 설치했다. 다양한 행사와 활동이 가능한 넓은 야외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했다. 훈련병 생활관이 주로 배치된 왼쪽 하부의 진입 광장에서 훈련병이 접근하고, 정문이 가까운 오른쪽 하부의 진입광장에서는 외부 방문객이 접근하도록 해 서로 섞이지 않게 차량과 보행자, 훈련병과 일반이 분리된 동선 체계를 수립해 기존의 교대 타임 때 혼란스러웠던 동선의 혼잡을 완전히 해결했다.

또한 예배당은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타원을 그리며 스탠드 형식으로 강대상을 중심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어느 곳에서든지 장시간 예배에도 시선의 불편함이 없으며 5000석 이상을 수용하면서도 가시거리가 최대 40m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 예배당 상부에는 그릴이 설치된 사각 지붕을 덮어 예배당 외부에 그늘과 비바람을 피하게 하는 처마 밑 공간을 만들어 성경의 구름 기둥처럼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은혜를 경험토록 했다.

그동안 규빗건축에서 100여개의 교회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연무대 교회는 일반교회와는 아주 달랐다. 훈련병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새신자들이기 때문에 교회 전체가 새신자를 위한 교회가 돼야 했다. 새신자를 위한 예배공간, 새신자를 배려한 동선계획, 너무 종교성이 강요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 거부감 없는 건물 디자인 등 일반교회와는 다르게 고려해야 할 것이 무척 많았다. 그렇지만 한국 기독교의 위상을 높이는 연무대 교회 건축을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입당식날 많은 훈련병이 예배당에 가득차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세계의 어느 교회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감격이었다.

윤승지 규빗건축사사무소 대표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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