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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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기도의 뿌리가 없는 ‘식민지시대 선교’

입력 2020-05-08 00:10:01
미국 필라델피아 필라안디옥교회에서 지난해 11월 개최된 특별새벽기도회에서 부모들이 강단 뒤에 모여 자녀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호성기 목사<세계전문인선교회 국제대표>


선교는 선교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선교지에서 시작하는 선교는 ‘뿌리 없는’ 선교다. 선교는 성령 충만함으로 드리는 신령과 진정의 예배에서 시작된다. 천상의 예배를 통해 선교사는 태어난다. 선교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전심으로 기도할 때,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능력을 받고 선교사가 된다.

예수님이 승천하실 때 하신 말씀에 순종해 10일 동안 전심을 다해 기도하던 제자들이 실패를 딛고 회개의 기도를 하며 오순절 날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선교사로 다시 태어났다. 그들을 중심으로 교회도 시작됐다. 그리고 저들은 순교를 당할 때까지 전심을 다해 말씀을 전했다. 이윽고 복음은 땅끝까지 퍼져 나갔다.

‘선교의 제4 물결’에서 선교는 선교지에 가서 선교를 시작하지 않는다. 신령과 진정으로 성령의 충만함으로 천상의 예배를 드릴 때, 말씀에 순종하며 기도할 때 선교가 시작된다. 기도하며 예수님께서 약속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보내시는 보혜사 성령, 부활의 성령으로 충만할 때 선교사는 선교의 소명을 받고 태어난다. 그래서 세계 모든 선교의 역사는 모두 말씀과 기도의 역사였다.

인간은 죄인이기에 죄를 짓는다. 빛 되신 예수님을 영접하니 내가 빛이 됐기에 빛으로 소금으로 산다. 선교사가 됐기에 선교하는 것이다. 선교를 행함으로 선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필라안디옥교회 근처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숲길이 있다. 엄청난 태풍도 아닌데 비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그 큰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는 것을 가끔 본다. 20m 높이의 나무뿌리가 채 1m 깊이도 안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워낙 토양이 기름지니 나무는 게으르다.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아도 쉽게 양분을 흡수하며 쑥쑥 자란다. 그래서 대단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만, 비바람 한 번에 뿌리까지 뽑힌다.

선교의 뿌리는 말씀과 기도다. 말씀의 묵상과 기도는 선교의 뿌리를 깊게 내리도록 돕는다. ‘선교의 제4 물결’은 겉으로 행해지는 선교 사역보다 그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하는 물결이다. 조국 대한민국의 교회가 자랑스러운 것 중 하나는 말씀과 기도 중심의 신앙생활이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이렇게 말씀을 사모해 수많은 말씀의 훈련과 양육을 받고 사는가.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 철야기도회까지 이렇게 기도하는 민족이 또 어디 있는가.

간혹 선교지에서 뿌리 없는 선교 행위를 하는 교회나 성도를 볼 때 마음이 아프다. 비극적이고 슬픈 것은 ‘식민지 시대의 선교’(colonialistic mission)에 젖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가서 ‘있는 자들’(Haves)이 ‘없는 자들’(Have-nots)에게 교만함과 과시욕을 보일 때 그렇다. 과거 서구의 강대국들이 못사는 나라들을 식민지로 만들고 그들에게 기독교를 강요하고 기독교 문화가 아닌 서구 문화를 전달했다. 이런 뼈아픈 실수를 어느 사이엔가 잘 먹고 잘살게 된 우리가 그대로 답습해 선교지 원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다시 섬김의 뿌리가 깊은 선교로 돌아가야 한다. ‘선교의 제4 물결’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24살 때 예수님을 영접하고 중생했다. 주님과의 교제가 너무 감격스러워 기도원에서 3년을 살았다. 3년 동안 오직 성경 말씀과 기도에 전념함으로 예수님과 친밀한 교제를 이루며 살았다. 그때는 선교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낮 동안 전심으로 성경 말씀을 통독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산상 기도를 하기 위해 1시간 이상 높은 산에 올라 밤새 전심으로 기도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의 충만함을 얼마나 많이 체험했던가.

그 성령이 내게 임하니 복음을 전하라는 선교의 사명을 받았다. 말씀을 통독하고 큐티를 할 때마다 뜨거운 회개의 기도를 드릴 때마다, 성령의 불은 너무도 강력하게 24살짜리 청년의 심령과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성령이 내게 임하니 영어를 공부하라는 주님의 음성도 큰 소리로 계속 들려왔다.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불렀나니 너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영어로 복음을 전하라”는 선교의 사명을 받았다. 그리고 선교사로 태어났다.

후에 성경을 읽으며 사도 바울도 중생한 후 아라비아 광야에서 3년 동안 연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말씀과 기도의 뿌리 없이 돌아다니는 선교의 행위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성경은 말씀과 기도를 통해 성령을 받아 선교사로 소명을 받고, 선교사로 태어난 사람들이 선교를 감당한다고 분명히 말씀한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예배자가 선교사다. 뿌리 깊은 말씀과 기도의 사람이 선교사다. 이것이 ‘선교의 제4 물결’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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