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겨자씨] 리모델링

입력 2020-04-10 00:10:02


우리 교회 주변에 재개발이 한창입니다. 봄마다 벚꽃이 만개했던 나무가 다 사라지는 게 참 아까웠습니다. ‘나무는 최대한 살리면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재개발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살릴 것은 살리는 리모델링과 달랐습니다. 30년 넘은 나무나 건물도 모두 철거해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땅까지 다 파헤치니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젠 아파트들이 거의 완공돼 가림막을 거뒀는데, 완전히 새로운 동네로 변했습니다. 공원도 학교도 새로 생겼습니다. 높이 세워진 아파트 야경 덕에 참 예쁘고 세련된 느낌입니다.

새것이 되려면 옛것은 남김없이 사라져야 합니다. 아파트 재개발을 보며 죽음이 있어야 부활이 가능함을 실감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를 새롭게 했습니다. 전혀 다른 새 세상을 열어줬습니다. 성금요일인 오늘, 옛것을 온전히 버려야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는 하루가 됩시다. 버리고 싶지 않은 게 있어 리모델링만 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려야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기억하며 새로운 피조물답게 부활에 참여합시다.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