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전체메뉴보기 검색

[겨자씨] 내가 입힌 모든 상처를 용서하소서

입력 2020-04-08 00:05:01


살다 보면 ‘이런 일이 다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만나는 때이지요.

며칠 전이었습니다. 컴퓨터로 원고를 작성한 뒤 프린터로 출력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지만, 인쇄가 되질 않았습니다. 무슨 일일까 확인해 보니 종이가 다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보관해 둔 종이를 꺼냈습니다. 그냥 넣으면 인쇄 중 종이가 서로 겹치는 경우가 있어, 종이를 넣기 전 종이와 종이 사이를 손으로 훑었습니다. 그렇게 한 뒤 종이를 넣으면 서로 겹치지 않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순간 손끝이 따끔했습니다. 손끝을 살피니 종이에 손을 벤 것이었고, 벤 자국을 따라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손을 벤 것보다 종이에도 손을 벨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내가 입힌 모든 상처를 용서하소서.’ 상처를 감싸며 나도 모르게 기도를 드렸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