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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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비교당하는 봄꽃

입력 2020-03-27 00:40:01


도보 15분 거리 장소에서 회의가 열려 둑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벚나무에 꽃망울이 맺혀 곧 피어날 기세였습니다. 바닥엔 노란 민들레꽃과 하얀 냉이꽃, 파란 봄까치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봄꽃을 보며 미국 유학 초창기 기숙사 화단에 핀 작은 야생화 한 송이를 꺾으려다 할머니께 혼난 기억이 났습니다. 야생화도 소중하니 꺾지 말라는 말에 연신 “쏘리(sorry)”라고 말하며 얼른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들꽃 하나 보기 힘들었기에 할머니를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봄꽃은 참 귀한 선물입니다. 봄꽃 중에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불렀고 철쭉은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어느 들꽃도 참꽃이나 개꽃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꽃들도 서로를 그렇게 비교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철쭉은 철쭉대로 아름답습니다. 들꽃은 들꽃만의, 벚꽃은 벚꽃만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봄꽃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사하고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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