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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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따러 우주여행 떠나볼까

입력 2019-11-27 20:20:01
경북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보현산 별빛테마마을에 들어선 천문과학관 위로 밤하늘 별이 쏟아지고 있다. 오른쪽 로켓 모형을 갖춘 천문전시체험관에서는 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만원권 지폐에 새겨져 있는 1.8m광학망원경.


조옹대에서 바라본 임고서원 전경.


영천시 화룡동에 조성된 영천한의마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겨울이 조금씩 실감나는 계절이다. 추위에 고생은 하겠지만 날씨가 맑고 청명해서 별을 즐기기에는 좋은 계절이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빛은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꿈을 갖게 한다. 겨울철 별자리에는 밝은 별이 많아서 찾아보기도 쉽다. 별자리의 모양도 기억하기 쉬워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경북 영천시는 ‘별의 도시’다. 그 중심에 보현산 천문대가 있다.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에 걸쳐 있는 보현산 정상(해발 1124m)은 국내 천체관측소 가운데 최적의 장소인데다 전망도 빼어나다. 팔공산, 오봉산, 채약산, 기륭산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국내 100여개 산의 기상 조건과 주변 불빛의 영향 등을 고려해 보현산을 최고의 장소로 선택했다. 천문대는 1996년에 세워졌다. 우리나라가 발견한 13개의 별 중 12개가 이곳에서 관측됐다. 2008년에는 근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거대질량 블랙홀이 별을 삼키는 순간을 포착했다고 한다.

천문대에 오르는 산길은 엄청난 각도로 굽어지는 꼬부랑길의 연속이다. 9.3㎞의 콘크리트 도로를 지나 천문대 아래 주차장에 도착하면 차단기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연구원 등 허가된 사람 외에는 차로 갈 수 없다. 주차장에서 천문대까지는 산 사면을 타고 오르는 데크길을 걸어가야 한다. 길은 ‘천수누림길’. 해발 1000m 산허리를 따라 시루봉까지 연결돼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폭에 완만한 경사로 걷기 좋은 길이다. 동쪽으로 멀리 포항 앞바다가 보인다.

천문대에 도착하면 태양망원경동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태양 플레어 망원경을 갖춘 국내 최초 연구용 태양관측시설이다. 태양이 돌발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할 때 생기는 플레어(flare)를 감시하고 연구한다.

고개를 돌리면 둥근 돔 지붕을 가진 전시관과 붉은 벽의 연구동, 그리고 정상 바로 옆에 우뚝한 직육면체형의 1.8m광학망원경동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 있다. 1만원 지폐 뒷면에 새겨진 ‘혼천의’ 오른쪽에 약간 흐릿하게 인쇄돼 있는 망원경이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100만배 이상의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현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입구 정각리에 별빛마을이 있다. 이곳에 2004년 건립된 천문과학관과 천문전시체험관이 자리한다. 보현산 천문대가 국립연구기관이어서 평상시 일반인의 체험이 쉽지 않아 일반인들이 천문관측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천문과학관에서는 천체망원경을 통해 직접 별을 관측할 수 있다. 1층 전시실에는 별과 성운, 은하, 태양과 태양계 등에 대해 안내돼 있다. 요즘 리모델링 공사 중이어서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2층 주 관측실에는 800㎜ 광학망원경이 있다.

천문전시체험관에서는 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화성·목성·토성에서의 내 몸무게를 알아보고, 우주에서의 움직임을 게임을 통해 훈련할 수 있다. 이색적인 체험은 우주공간 비행 훈련과 ‘보현호’ 탑승. 우주공간과 실제 로켓이 발사되는 진공 등을 가상현실로 짜릿하게 체험할 수 있다.

영천에서는 천체의 별뿐 아니라 ‘정신적인 별’도 만날 수 있다. ‘죽어서 빛나는 별’ 포은 정몽주다. 포은 선생은 어머니의 고향인 임고면 우항리 부래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그의 정신은 임고서원에 서려 있다. 서원이 처음 들어선 것은 조선 명종 8년인 1553년. 임진왜란 때 소실돼 선조 때인 1603년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웠다. 1871년 흥선 대원군에 의해 철폐된 뒤 1965년 복원됐고, 80년에 새로운 서원을 건립해 구 서원과 신 서원이 나란히 들어섰다. 2012년 서원 일대가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물길을 낸 수변공원엔 개성의 것을 실측해 그대로 재현한 선죽교가 더해졌다. 낮은 언덕 위에는 ‘조옹대’가 서 있다. 이곳에서 임고서원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서원 앞에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있다. 수령이 500년가량 된 노거수로 높이가 20m, 둘레가 5.95m에 이른다. 늦가을 은행나무는 황금빛 별 같은 노란 나뭇잎을 떨어뜨려 주변을 수놓고 있다.

▒ 여행메모
별빛테마마을 누워 별 볼 수 있는 펜션
돔배기·곰탕… 영천시장에 먹거리 다양


경북 영천의 보현산에 가려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영천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대구포항고속도로 북영천나들목에서 내려 청송 방향 35번 국도를 따라가도 된다. 서울에서 4시간가량 걸린다. 보현산 천문대는 연구기관이지만 시설 외 단지 내 출입은 가능하다.

별빛테마마을은 펜션과 옛 정각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본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펜션은 하늘을 향해 20도 기울어진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숙소 안에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다.

영천공설시장에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이색적인 것이 돔배기. 숙성시킨 상어고기다. 산적이나 탕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영천은 옛날부터 우시장이 크게 발달해 소머리국밥과 육회가 유명했다. 공설시장 내 곰탕골목에 가면 역사가 깊은 가게가 즐비하다. 구수한 곰탕과 소머리수육이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한다.

영천한의마을은 유의기념관과 한방테마거리 등 전시·체험시설 및 한의원을 갖추고 있다. 한옥체험형 숙박시설에서는 고즈넉한 한옥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영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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