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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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흔들리는 이들에게… 믿음의 첫 발을 떼는 이들에게… 신앙 내비게이션

입력 2019-11-22 00:10:01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나님이 인생의 답이자 진리인가.’

자연과 사회 법칙에 순응하며, 모나지 않게 사는 게 인간 삶의 전부라면 위와 같은 질문은 인류사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이란 한계를 지닌 인간에게 사후세계를 넘는 궁극의 진리, 세상 만물을 빚은 절대자를 향한 갈망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한 채 산다. 이런 갈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신앙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낸 이들이 쓴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나를 변화시킨 일곱 가지 질문’(규장)은 인텔 아마존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 미국 포틀랜드의 나이키 본사에서 이사로 일하는 손석제씨가 쓴 신앙 변론서다. 그는 최근 주목받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전문가다. 미국과 한국의 대기업에서 수학과 통계 기법을 활용해 전사적 운영 결정을 과학화하는 업무를 했다. 문명의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분야에 종사하는 저자가 이 책을 낸 건 하나님을 믿기 전 품었던 질문이 신앙의 갈림길에 선 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저자는 20대 후반이던 2000년 미국 유학을 시작하면서 회심했다. 기독교인을 멸시하는 ‘안티 크리스천’에 가까웠던 그는 지인의 제안으로 마지못해 교회에 나갔다. 그곳에서 찬양을 부르다 영적 체험을 했고 기독교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책에 정리된 7가지 항목별 질문은 당시 그가 가졌던 궁금증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 내용은 이렇다. ‘하나님이 존재하는가’ ‘천지창조, 동정녀 잉태 등의 과학적 증명이 가능한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선행하면 좋은 삶이고 구원받을 인생 아닌가’ ‘종교적 이유의 테러와 전쟁을 볼 때 종교를 갖고 싶지 않다’….

종교가 있든 없든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질문이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일상에서 하나님과 소통하며 얻은 깨우침과 스스로의 변화를 기반으로 이들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종교적 물음에서 시작된 그의 신앙 여정은 ‘믿음은 이성적 이해가 아닌 하나님과의 영적인 교제의 결과’란 결론에 도달한다. 궁극을 향해 끝없이 파고들던 의문이 ‘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었음도 알게 된다.

미국의 IT 대기업 ‘팡’(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한 곳인 아마존에서 일하며 느낀 점도 담았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의, 동료와의 끝없는 경쟁은 경력 관리엔 도움을 줬지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기엔 버겁게 느껴졌다. 성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이고, 그렇게 목매던 성과와 사내 평판은 퇴직 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맹목적인 경쟁을 떠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긴 소명을 느끼며 일할 때 행복과 감사가 충만할 수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유발 하라리의 책 ‘호모 데우스’에 대한 견해도 밝힌다. 다가올 미래에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현학적 가설에 혼란스러워할 필요는 없다”며 “궁극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인식과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공학의 관점으로 삼위일체 이론을 설명한 것도 이채롭다.

‘나는 왜 믿는가’(복있는사람)는 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가 쓴 신앙 안내서다. 손씨의 책이 기독교 신앙에 의구심을 가진 무신론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교회에 처음 오거나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갈망하는 이를 주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4대째 모태신앙인이지만 아무런 논리적 검토 없이 신앙을 받아들인 건 아니다. ‘기독교 믿음에 인생을 거는 게 의미 있는 일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개인적 체험과 예수 부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지금껏 믿음의 길을 걷고 있다.

흔히 부활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불가능한 사건으로 꼽지만 저자는 이를 입증 가능한 기적으로 본다. 2000여년 전 예수를 부인하며 도주한 제자들은 어떤 계기로 돌변해 목숨 걸고 예수의 부활을 전했다. 저자는 돌변의 계기를 부활로 본다. 이들이 무덤을 넘어선 세상을 보고 증언했기에 하나님의 구속사가 지금껏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예수 부활을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 낯설게만 느껴지던 기독교의 신비는 한 꺼풀씩 벗겨진다. 그때 인간의 뿌리 깊은 죄성을 마주하게 되고, 손쉽게 무신론을 받아들이기보단 구원자와 구원을 갈망하게 된다. 하나님과 그의 나라에 대한 확신, 영원에 관한 이야기가 인생에서 왜 중요한지를 완곡하고도 명확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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