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평양 회동에서 핵 리스트 제출을 거부하고 종전선언과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핵 리스트의 일부라도 제출해 달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에 대해 “북·미 간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선 목록을 제출해도 미국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재신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비핵화 조치를 하려면 신뢰 구축이 먼저”라며 “종전선언을 하면 미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비핵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6·25전쟁 참전 미군 유해를 반환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도 거기에 응하는 차원에서 경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대응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계획을 모두 철회하고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를 일부 폐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들면서 “종전선언 등 북한이 납득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미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이 영변 핵시설의 핵 활동 기록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실무자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힌 이유는 실무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자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다”며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근 논란이 된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비유적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진행자가 “어떻게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이복형을 암살한 자를 사랑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다 알고 있다. 나는 어린애가 아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정말 신뢰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며 “그는 비핵화를 이해하고 그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