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북 이후 북·미 간 공식 대화가 멈춰서 있다. 곧 시작될 것 같았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비핵화 실무협상은 아직 기약이 없다.
‘최선희·비건 라인’의 협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첫 정거장이다. 실무협상이 늦어지니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도 더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최선희·비건 회동과 관련해 “미국은 적극적이고, 북한도 거부 의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회동이 늦어지는 이유는 북한이 협상 전략을 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장고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어 최선희·비건 회동이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공동선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달 19일 “비건 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한 달 가까이 답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상태다.
미국이 회동 장소를 빈으로 꼭 집어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에서 실무협상을 하면 북핵 사찰과 검증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이 장소 변경을 원하면 미국은 동의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보수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두어 달 안의 어느 시점에(sometime in the next couple of months)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고 경계론을 굽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는 훌륭하며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 “북한 문제는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