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르면 다음 주 초 첫 회담을 할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북·미는 실무협상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구성과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이는 차원에서 정상회담 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미국에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최 부상이 러시아 일정을 마치고 평양에 복귀하자마자 미국과 접촉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비건 대표 방북 때 평양을 비웠던 최 부상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북·중·러 3자 외교차관급 회담을 했다. 미국과의 디테일 협상 개시 전 기싸움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만날 장소로는 미 정부가 제안한 오스트리아 빈과 유럽의 제3국, 또는 판문점이 거론된다. 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있어 풍계리 사찰단 구성을 협의하기엔 최적의 장소이긴 하나 북한 입장에선 이런 상징성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사찰단이 미국을 주축으로 꾸려지고 여기에 IAEA, CTBTO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사찰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AEA의 역할은 핵물질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사찰·검증하는 것이어서 핵실험 관련 사안은 CTBTO가 더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도 실무협상으로 넘어간 상태다. 장소와 시기는 서로 연동돼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차 정상회담이 미 중간선거 전에 열릴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장소는 미국이 될 것이고,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이 선거 뒤에 열리면 평양이나 판문점이 옵션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4·27 남북 정상회담 전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에도 김 제1부부장을 워싱턴이나 뉴욕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정부 고위 관계자도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북·미가 충분히 검토했을 만한 얘기”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회담 때 북측에서 유일하게 배석했고 오찬에도 참석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오찬에서는 쌍방 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래왕을 더욱 활성화해나갈 데 대한 ‘흥미진진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동행했던 미 CBS방송 카일리 애트우드 기자는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이 화요일(9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결과를 직접 보고받고 내놓을 메시지를 보면 향후 협상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