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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문에 자녀 끼워넣기’ 최소 11건 연구부정 판정

입력 2018-10-09 18:00:01




연구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들을 논문 공저자로 등록해 연구부정으로 판정된 사례가 최소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내 학계에서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가 연구부정에 해당한다는 공식 결정이 나온 건 처음이다. 저자 등재에 대한 연구윤리 판단에 중요한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해당 교수들의 자녀들은 국내외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나머지 상당수 대학은 교수 자녀가 자료 수집이나 엑셀 작업에만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녀의 기여도가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사례와 비슷한 수준이 적지 않아 교수사회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에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국민일보가 각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건국대 3건(교수 2명), 우석대(당시 경일대) 4건(1명), 청주대 1건, 포항공대(당시 광주과학기술원·GIST) 1건, 가톨릭대 2건(2명) 등 총 11건의 논문에서 연구부정 판정이 내려졌다.

앞서 교육부는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녀들이 부모 논문의 공저자로 등록돼 있다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각 대학에 실태조사를 지시해 139건(49개 대학)의 사례를 파악했고, 각 논문에 대한 대학별 연구진실성위 조사를 지시했다(국민일보 2017년 12월 5일자 1면 등 참조). 교육부는 자체 자문단을 꾸린 뒤 각 연구진실성위 조사 결과를 재차 검증해 이를 확정했다.

청주대 A교수는 조사에서 실험기계 앞에 있는 자녀의 사진 몇 장을 근거로 제시하며 고등학생 자녀의 논문 기여도가 60%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청주대 연구진실성위는 “(A교수가) 구체적으로 자녀의 논문 기여 방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논문 주제가 고교생이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전문가들 평가도 있었다”며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아들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SCI)급 논문에 주저자(제1저자)로 등록한 포항공대 B교수도 “초고 작성에 기여했다”고 진술했지만 연구진실성위는 “주저자 등재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연구부정 판정이 내려진 대다수 논문은 SCI급 국제 학술지나 국내 유명 학회 논문지에 실렸다. 자녀들은 고교 재학 시절 부모 논문에 이름을 올린 뒤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했다. 교육부는 자녀들이 진학한 해외 대학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각 대학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원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119건에 대해 대학들은 소속 대학 교수들의 논문에 대해 모두 ‘연구부정 아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부 자문단은 이들 대학의 검증 자료가 부실하다고 판단해 보완을 지시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교수 자녀들이 기초 작업이나 단순 작업에만 참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연구 기여로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교육부는 42건을 이미 반려했고, 47건에 대해서도 반려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30건에 대해서는 연구부정이 아니라는 대학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9건(3개 대학)은 아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교육부는 교수가 자신의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초·중·고 학생)를 논문 저자로 올린 사례 452건을 추가로 파악해 관련 내용에 대한 연구부정 여부 조사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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