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5시간30분간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가 8일 밝혔다. 북한 매체들도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며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회동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양측 간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 시간이 총 5시간30분이라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외신들은 회동 시간이 3시간30분 정도였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가 두 시간 이상 더 시간을 보냈다고 밝힌 것이다.
김 대변인은 “둘은 오전에 2시간을 만나고, 1시간30분간 오찬을 한 뒤 오후에 다시 2시간가량 추가로 대화를 나눴다”며 “오전과 오후 면담에는 북측에서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통역 등 3명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그만큼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남에 무게를 두고 충분한 시간과 성의를 다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해만 4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접견시간이 공개되지 않은 지난 3월 1차 방북을 제외하면 이번 방북 때 김 위원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차 방북 당시 접견시간은 1시간30분 정도였으며, 지난 7월 3차 방북 때는 김 위원장과 만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할 때 “예정된 2차 조·미 수뇌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문제의 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에서 반드시 큰 진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남을 높이 평가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양국 최고 수뇌 사이에 튼튼한 신뢰에 기초하고 있는 조·미 사이 대화와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훌륭히 이어져 나갈 것이며, 조만간 2차 조·미 수뇌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내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또 정상회담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을 주고받고 토론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종전선언과 북핵 시설 폐기 및 검증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은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내용 매체인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김 위원장과의 접견, 추가 정상회담 개최 소식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8월 초 양국 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처음 암시한 이후 북한 대내 매체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