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빠른 시일 내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는 확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앞서 청와대는 비핵화 협의에 진전이 있다면 2차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북·미는 실무협상을 통해 2차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간 간극을 메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북한과 상응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힌 점은 향후 협상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측 대표가 만날 것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실무협상단도 빈 채널일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도 동행했다. 김 대사는 6·12 북·미 정상회담 전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실무협상을 벌였던 인사다. 북핵 협상을 전담하는 비건 대표가 새로 임명됐는데도 김 대사가 방북단에 들어간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건 대표가 북핵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과거 협상 내용을 잘 아는 김 대사가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방북단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포함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 중간선거(11월 6일) 전에 열린다 해도 아직 한 달가량 시간이 남은 만큼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상회담 전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방미할 가능성도 있고, 북·미가 기싸움을 벌일 경우 협상이 삐끗할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북·미는 전체 핵 프로그램 신고, 사찰, 폐기, 검증의 전통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로는 협상을 이어가기가 어렵다는 데는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힌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특정한 시설과 무기 시스템에 대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했었다. 이는 영변 핵시설 중에서도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의 우선 폐기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논의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영변 핵시설은 확인된 건물만 390개에 이른다. 이 중 5㎿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 시설이 핵심 시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