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남북의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남북간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가 포함되면서 지난 11년간 중단되다시피 한 남북 보건의료지원 사업의 재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향후 남북 간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핵 등 감염병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기준 국제보건기구(WHO)의 상위 11개국 결핵 신고율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만 명당 449명의 결핵 감염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저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환경에 맞는 ‘맞춤 치료’를 제공해야하며, 보건의료 지원사업의 창구도 ‘일원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보건시민사회단체는 우선적으로 결핵 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해 환자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천태 국립목포병원장은 “북한 실정에 맞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핵 환자는 4가지 항생제를 최소 6개월간 복용해야 하지만, 북한 결핵 환자들은 경제 수준에 따라 항생제 1∼2가지만 복용하거나 1∼2개월 동안만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다제내성결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다양한 환경에 따라 결핵 표준 처방의 ‘맞춤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일단은 약제 지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국립마산병원은 병원 내 균주은행에서는 북한 결핵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대연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결핵 환자를 치료한 노하우와 진단 및 치료 프로세스, 북한 결핵균주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며 “결핵에 대한 신속 진단 및 치료 노하우가 북한 결핵을 퇴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북병원 관계자는 북한 의료인의 결핵 관리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계자는 “서북병원을 비롯해 한국 결핵 전문 의료기관들은 결핵 전문 교육기관이다”라며, “향후 북한 의료인에 대한 다제내성 전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핵 환자의 진단과 치료법, 그리고 진료와 관련한 여러 변수를 북한 의료인들과 공유한다면 북한 의사들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하게 되면 ‘창구 일원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천태 병원장은 “보건의료 사업은 통일된 안으로 접근하는 게 핵심”이라며, “자칫 중구난방으로 중복 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나 보건복지부 등 주관부처가 사업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예산집행과 환자관리가 용이하다”고 당부했다. 김대연 원장은 “북한과 맞닿은 중국의 연길과 장춘 등 제3의 지역에 결핵 등 감염병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북한 환자나 의료진을 데려오기 어렵다면 중국을 통해 지원사업을 하도록 간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은 “결핵은 신중하고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 어설픈 보건의료 사업은 자칫 다제내성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연합 정책위원장은 “평양 등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며, 이러한 지역들은 기본적인 항생제조차 구할 수 없다”며 “결핵 치료제를 대규모로 공급해서 북한 결핵 환자들을 급감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