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유엔총회를 계기로 추진됐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뉴욕 회동’이 불발됐다. 리 외무상은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수장과 모두 만났지만 남북 외교장관 회담에는 응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지난달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수행차 방북했을 때 리 외무상과 조우해 유엔총회 기간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28일(현지시간) 오전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가 있는 뉴욕 맨해튼 45번가에 모습을 드러내 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바로 앞 우간다대표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 장관은 29일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 외무상은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도 ‘남북은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은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돼 있다. 남북 문제에 국가 간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가 아닌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채널이 가동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이 최근 ‘핵은 북·미 문제’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긴 했지만 외교 당국 간 핵 논의에 대해선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 장관이 최근 방북했을 때도 외교장관끼리는 따로 만나지 않았다”며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남북이 국가 대 국가로 만나는 것을 꺼려 왔고 그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