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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빅딜 출구 찾았다, 폼페이오 내달 방북

입력 2018-09-28 04:05:02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북한과 미국이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비핵화 협상의 출구를 찾았다. 북·미 간 ‘뉴욕 회동’의 의미 있는 결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 합의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가지 중대한 의제를 들고 10월 초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의제는 핵 신고 등 북한의 ‘추가조치’와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맞교환하는 ‘비핵화 빅딜’ 건이다. 두 번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조율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결정할 중대 변수다. 이번 방북 합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북·미 뉴욕 회동으로 숨가쁘게 진행된 새로운 대화 물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 중간점에 있는 방북이 성과를 거둔다면 10∼11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연내 종전선언 합의라는 극적인 이벤트가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에 낙관론이 퍼지는 이유는 북·미 물밑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어 이번 방북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행에서 ‘비핵화 빅딜’의 가시적 결과를 이끌어내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10월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면서 방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이번 방북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등을 포함해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약속의 추가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외교수장 간 뉴욕 회동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 “리 외무상과 매우 긍정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회동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의 추가조치들을 논의했다”면서 “많은 일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10월 중 방북을 초청했다고 밝혔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일정을 서둘러 10월 초 평양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더 늦춰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별개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도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많은 지뢰가 깔려 있어 비핵화 빅딜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면서 새롭게 검증 문제에 방점을 찍은 것은 북한의 반발을 야기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이른바 ‘핵 사찰’ 등의 디테일을 놓고 각론에서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어떤 핵 합의라도 검증이 중요하다”며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사는 일은 없을 것(We are not going to buy a pig in a poke)”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검증해보니 비핵화가 안 됐다”고 반박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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