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함께 백두산을 오른다. 남북의 정상이 민족의 영산을 동반 등정하는 장면이 이번 회담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일 백두산을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며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이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는 당연히 가시고, 리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북한 양강도 삼지연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삼지연공항까지 직선거리는 약 390㎞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백두산 중턱까지는 버스를 타고 올라갈 계획이다. 산 중턱부터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 궤도차량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장군봉까지는 올라갈 예정이고, 날씨가 좋으면 내려가는 길에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등반 후 삼지연공항에서 곧바로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은 그간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환영만찬 때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백두산 동반 방문을 제안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중국을 통하지 않고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고 말했고, 아마 북한도 이런 바람을 잘 알고 있기에 제안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을 이번 정상회담의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홀로 백두산에 오른다면 개인적 바람의 실현만으로 볼 수 있겠으나 김 위원장과 같이 간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두 정상이 민족의 영산을 함께 등반하며 평양공동선언을 굳건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그동안 백두산과 삼지연 일대 경제 개발을 주요 역점 사업으로 삼고 애정을 쏟아 왔다. 때문에 향후 남측에 백두산관광을 허용하기 위해 미리 문 대통령에게 선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