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중인 여야 3당 대표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연내 남북 국회회담과 내년 3·1운동 100주년 행사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면담에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면담 시작부터 이해찬, 정동영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해찬 선생에 대해 통신을 통해 자료를 읽을 때마다 옛 추억에 잠기곤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국무총리 재직 시절 이 대표와 김 상임위원장은 여러 차례 남북 대화를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정 대표는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다. 김 상임위원장은 정 대표를 향해 “다른 동무들을 통해 들었는데 ‘남녘에서 정 선생이 지금 무슨 활동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백의종군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정 대표가 2016년 20대 총선 직전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총선과 호남 진보정치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언급이다.
이해찬 대표는 “2000년 6·15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도 잘나가다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 관계가 단절돼 여러 손실을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김 상임위원장은 “이 선생이 민주당 대표직에 올라섰다는 희소식이 전파되자 다시금 통일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리라는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3당 대표를 향해 “우리 통일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요 모습대로 활기 있게 싸워나가자. 대장부가 되자”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북측 고위급 면담 불발에 대해 “정상회담 배석자 수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 합류를 했다. 당대표 3명과 장관들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 불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전날 “정당 대표끼리 간담회를 했다”는 이정미 대표 해명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북에 동행하지 않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는 “애초에 격에 안 맞는 수행을 자처해놓고 논란만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북측에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숙청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