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심야 시간대인 19일 0시쯤(현지시간)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트위터 글을 올렸다. 남북 정상의 합의문이 나온 지 1시간 뒤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사찰(nuclear inspections) 허용’을 언급하면서 “매우 흥미롭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어 “그 기간 동안 로켓이나 핵실험은 없을 것”이라며 “영웅들(한국전쟁 미군 사망자)도 계속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남북이 공동으로 2032년 올림픽 개최를 신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8시간이 지난 오전에는 트위터에 폭스뉴스를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다시 한번 약속했다.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 사찰 허용’ 언급은 이해가 쉽지 않다. 평양공동선언에 ‘핵 사찰’에 대한 문구가 없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이를 허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 포함시키지 않은 모종의 내용을 미국에 알려줬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게 아니라면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참관하에 영구 폐기한다’는 내용을 ‘핵 사찰 허용’으로 여겨 썼을 수도 있다. ‘최종 협상(final negotiations)’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 사찰을 집어넣었거나 지레짐작으로 핵 사찰을 언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미국의 상응조치’인 종전선언에 미국이 동의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선 11월 중간선거와 어려운 국내 상황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전향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평양공동선언이 ‘핵 리스트 제출’이라는 미국의 눈높이를 맞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미국이 내심 기대했던 북한의 핵 물질·시설 신고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이 나오기 전 주무부처인 국무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완수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며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고 검증가능한 조치(meaningful verifiable steps)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또 “아직 회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면밀히, 주의 깊게, 정기적으로 한국과 상의해 나갈 것”이라며 “비핵화 과정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제거를 원한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나워트 대변인은 남북 정상의 카퍼레이드에 대해 “우리가 그곳(평양)에 가게 된다면 선루프가 있을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