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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초라하지만 성의 다해” 문 대통령 “시민들 환영에 가슴 벅차”

입력 2018-09-19 04:05:01
남북 정상 내외가 18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함께 도착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숙 여사에게 직접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설주 여사도 미소를 짓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백화원(百花園)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도 함께했다. 남측 정상이 백화원 영빈관을 찾은 것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20일까지 2박3일간 이곳에 머물며 회담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영빈관에 도착해 “역사로 말하면 6·15, 10·4 선언이 다 이 집에서 채택됐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시민들이 열렬하게 환영해줘서 가슴이 벅찼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온 겨레의 기대를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이 환영해주는 모습을 남측 국민들이 보면 뿌듯해하면서 ‘이번 회담에 아주 풍성한 결실이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유의 ‘솔직 화법’을 이번에도 드러냈다. 그는 “문 대통령께서는 세상 많은 나라 돌아보시는데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평양이 초라하다”며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판문점 우리 지역(통일각)에 오셨을 때 너무나 장소와 환경이 그러해(좋지 않아) 제대로 된 영접을 못해드려서, 식사 한 끼 대접 못한 게 늘 가슴에 걸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오늘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비록 우리 수준은 좀 낮을 수 있어도, 최대 성의를 다해 성의의 마음을 보이는 거니까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아주 최고의 감동과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며 사의를 표했다.

백화원 영빈관은 북한이 정상급 귀빈을 맞을 때 제공하는 최고급 숙소다. 백화원 초대소라고도 불린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 당시 이곳 백화원에 짐을 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이곳에서 묵었다.

1983년 평양시 대성구역 임흥동에 건립된 백화원은 3만3000㎡(1만평) 규모다. 건물 주변 화단에 100여종의 꽃들이 심어져 있다는 이유로 김일성 주석이 직접 백화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3층 규모, 3개동으로 이뤄졌다.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과도 멀지 않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의 친교 행사가 성사된다면 백화원 영빈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책로를 따라 조경도 뛰어나고, 호수 주변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기도 좋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화제가 됐던 ‘도보다리 대화’가 ‘백화원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미리 평양으로 이동한 공동취재단이 지난 17일 밤 백화원 영빈관에서 묵었다고 전했다. 국내 취재진이 백화원에 숙박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세환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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